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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公기관 55%가 잘했다고? 개혁보다 성과급 잔치부터 할 판

입력 2022-06-21 00:00업데이트 2022-06-2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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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대 기획재정부 제2차관(가운데)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년 공공기관경영평가 주요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기획재정부는 어제 130개 공공기관의 경영실적을 평가한 결과 전체의 55%인 72개 기관이 ‘탁월’ ‘우수’ ‘양호’ 등급을 받아 성과급 지급 대상으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반면 18개 기관은 ‘미흡’과 ‘아주 미흡’ 등급을 받았지만 이 중 기관장이 해임되는 곳은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1곳뿐이다. 대부분 기관장 재임 기간이 반년 미만이거나 기관장 공석 상태여서 징계 대상에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공공개혁을 강조한 현 정부의 첫 공공기관 경영평가 작업이 용두사미에 그치게 됐다.

그동안 공공기관은 과도한 복지혜택을 누린 데다 천문학적인 손실과 일탈 행위로 사회적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데도 경영평가 결과 성과급을 줘야 할 기관은 많은 반면 징계를 받는 기관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는 공공 부문의 공과가 엄정한 잣대로 평가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 등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낸 공기업에 대해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라고는 기관장과 간부의 성과급을 반납하라는 권고 정도다. 반면 평가 결과 양호 이상 등급을 받은 72곳뿐 아니라 보통 등급을 받은 40개 기관에까지 성과급을 준다고 한다. 경영평가 행사가 성과급 잔치판이 되고 있다.

공공기관이 경영을 방만하게 하고 있다는 질타를 받은 게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공공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은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전체 공공기관의 부채는 지난해 583조 원으로 4년 전에 비해 90조 원 가까이 늘었고, 같은 기간 임직원 수는 10만 명 증가했다. 지난해 평균 연봉이 1억 원이 넘는 공공기관 수는 20곳으로 2017년의 4배로 늘었다. 공공기관이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을 지경인데도 ‘신의 직장’의 철밥통은 더 크고 단단해진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앞으로 공공기관 경영평가 배점을 조정해 재무상황을 들여다보겠다지만 이 정도의 미세조정으로 공공 부문의 실상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평가 방식을 전면 개편해 공공기관이 공익 확대라는 본연의 임무에 전념하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 현 정부의 공공개혁이 실질적 성과를 내려면 정치적 낙하산 인사와 공공기관 간의 해묵은 공생관계부터 끊어내야 한다. 공공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민간에서 추진되는 어떤 개혁도 공허한 구호에 그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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