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 한은 총재, 인기 없는 ‘인플레 파이터’의 길 걸어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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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어제 공식 취임했다. 취임사에서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는 가운데 경기 회복세가 약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복합 위기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단기 과제로 균형 있는 통화정책 운용을 제시한 데 이어 중장기 과제로 민간 주도 성장을 위한 구조개혁, 양극화 해소, 부채 연착륙을 들었다. 물가 안정과 저성장 탈출, 분배 개선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물가 안정을 목표로 하는 한은 총재가 거시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정책을 강조한 것은 현재의 위기가 그만큼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겹친 초유의 고물가-저성장 국면이다. 유가와 부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가 치솟고 성장잠재력이 떨어지는 만큼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시중자금을 흡수하는 한편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 구조조정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한은의 최우선 과제는 과도하게 풀린 돈 때문에 급등한 물가를 잡는 것이다. 3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한은의 목표인 2% 선을 넘어 10년 만에 처음 4%대에 진입했다. 이처럼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면 향후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본 사람들이 사재기에 나설 뿐 아니라 제품가격이 오르고 임금 인상 요구가 높아지면서 궁극적으로 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한은이 당장 다음 달 금리를 추가 인상하며 긴축의 고삐를 죌 가능성이 적지 않은데 차기 정부는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에다 병사 월급, 부모급여, 기초연금 등 3대 현금성 정책까지 검토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돈줄을 죄고 다른 쪽에서는 돈을 푸는 엇박자 정책에 대해 최근 국제통화기금(IMF)도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고물가로 경제 전반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한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 총재는 이 인기 없는 ‘인플레 파이터’의 길을 강단 있게 걸어야 한다.
#이창용 신임 한국은행 총재#공식 취임#인플레 파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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