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간부채 4540조, GDP 2.2배… 금융부실 폭탄 돌리기 멈출 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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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의 모습.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의 모습.
가계와 자영업자, 기업 등 민간부문이 짊어진 4540조 원의 빚이 한국 경제의 최대 위험요인으로 떠올랐다. 작년까지 집값이 폭등하자 빚을 내 아파트를 사고, 코로나19로 매출이 줄어든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대출로 연명하며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이제 세계적으로 긴축이 진행되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6%를 넘어서면서 이자부담이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도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하반기에 끝나면 한꺼번에 부실이 터져 나올 것이다.

작년 말 한국 가계가 진 빚은 1년 전보다 7.8% 늘어난 1862조1000억 원으로 1인당 빚은 3600만 원 수준이었다. 자영업자들이 진 빚도 909조2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2%나 급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부채는 5년 전 1.8배에서 2.2배로 불어났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가계부채를 잡을 수 있도록 한은이 분명한 신호를 주고,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한 이유다.

문제는 차기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50조 원 추경 등의 정책이 유동성을 늘려 자산 거품을 키우고 부채 문제를 심화시킨다는 점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80%까지 높이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인데 ‘대출 규제를 강화하라’는 국제통화기금(IMF) 권고와 반대 방향이다. 청년층은 이 대책을 “다시 빚내서 집 사라”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인수위가 금융당국에 요청해 9월 말까지 6개월 연장한 자영업자 대출 만기연장 조치는 금융부실이 드러날 시기를 늦추는 ‘폭탄 돌리기’란 비판이 나온다. 자영업자 손실보상은 필요하지만 코로나 이전부터 한계선상에 있던 자영업자들에게 사업을 정리할 퇴로는 열어주지 않고 현금, 금융 지원만 늘릴 경우 부실을 더 키울 수 있다.

선진국들이 서둘러 정부 지출을 줄이면서 긴축에 나서는 건 과잉유동성을 방치할 경우 부동산, 증시 등 자산시장의 거품이 불어나고 비효율적 투자가 이어져 해결해야 할 구조적 부실이 커지기 때문이다. 증시가 침체되고, 집값이 떨어지자 벌써 ‘영끌’ ‘빚투’에 나섰던 청년들이 개인파산으로 내몰리고 있다. 인수위가 6·1지방선거 등을 의식해 잠재된 위험을 계속 뒤로 미루다간 정부 출범 후 더 큰 부메랑을 맞게 될 것이다.
#민간부채 4540조#gdp 2.2배#금융부실 폭탄 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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