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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고개 숙인 CEO들… 주주 500만 시대의 상징 [광화문에서/김창덕]

입력 2022-03-21 03:00업데이트 2022-03-21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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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덕 산업1부 차장
16일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SDS가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두 회사 최고경영자(CEO)인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 황성우 삼성SDS 사장은 이날 약속이나 한 듯 나란히 주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한 부회장은 ‘게임최적화서비스’(GOS)로 인한 갤럭시 S22 시리즈의 성능 저하 논란에 사과하면서, 황 사장은 클라우드 사업 전환에 대한 준비 부족을 고백하면서다.

현재 삼성이 주주를 바라보는 시각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장면으로 보인다. 만약 10년 전 삼성이 비슷한 상황에 처했더라면 같은 장면이 나왔을까. 그것도 전년에 최대 실적을 거둔 상황에서 말이다. 예전 삼성의 주총은 특정 진영에 속한 시민단체들이 참석해 경영진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는 장면이 주로 화제가 됐다. 지금처럼 일반적인 주주들의 목소리가 주목받지는 못했다.

삼성의 변화 시점을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부터로 보는 해석이 있다. 그해 7월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안에 대한 찬성률은 69.53%로 가결 기준인 66.67%를 2.86%포인트 차이로 겨우 넘겼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결집시킨 반대표가 만만치 않아서였다. 삼성 임직원들이 전국으로 흩어져 소액주주들의 위임장을 받아오지 않았다면 자칫 합병이 무산됐을 수도 있었다.

당시 삼성 고위 임원들 사이에서는 “주주의 무서움과 소중함을 동시에 깨달았다”는 얘기가 많았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2015년 10월∼2016년 9월, 2017년 1∼10월 각각 11조3000억 원, 9조3000억 원어치의 자사주를 사들여 전량 소각한 것도 그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른바 엘리엇 사태를 겪으면서 주주 환원 정책이 대규모 투자 결정만큼이나 우선순위가 됐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의 모습을 그것만으로 풀이하긴 어렵다. 2018년 삼성전자는 50 대 1의 주식 액면분할을 단행했다. 2017년 말 14만 명에 불과하던 전체 주주 수는 ‘동학개미’ 열풍을 타고 2020년 말 214만 명으로, 지난해 말에는 504만 명까지 불어났다.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1명이 삼성전자 주주라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2017년 10월, 2021년 1월 세 차례에 걸쳐 파격적인 주주 환원 정책들을 내놓은 바 있다. 2016년 3조1000억 원이었던 정기 배당금은 지난해 9조800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4월 10조 원대 특별 배당이 이뤄지기도 했다.

‘주주 500만 시대’의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주주 친화적 기업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본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소액주주들은 조금이라도 주주에게 손해를 끼치는 모습을 보이면 언제든 비판자로 돌변하기 때문이다. 주주인 동시에 고객이기도 한 500만 명은 삼성 경영진에 가장 두려운 존재다. 2014년 상장한 삼성SDS 역시 사정이 다를 리 없다.

한 부회장의 사과와 황 사장의 반성은 훌쩍 커버린 ‘주주 파워’를 보여주는 장면이 아니었을까. 주주들도 그런 삼성의 변화를 반기고 있을 게 분명하다.

김창덕 산업1부 차장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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