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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아이의 자신감은 믿음으로 자란다[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입력 2022-03-09 03:00업데이트 2022-03-09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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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아이가 자신감 없을 때, 부모 반응은?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내 아이가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일 때, 나는 어떻게 반응할까? 아이가 동생과 같이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다. 어느 날 저녁, 부모가 배운 것을 한번 해보라고 했다. 동생은 얼른 연주를 했다. 그런데 바이올린을 배운 지 더 오래된 누나는 한사코 안 한다며 고개를 젓는다. 다음 여섯 가지 반응 중 나는 어떤 부모에 속할지 생각해보자.

첫 번째는 “바보같이! 너는 어째 그 모양이니?”라고 핀잔을 준다. 직접적으로 아이를 비난하고 아이의 능력을 무시하는 부모이다. 부모들은 늘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고도 ‘나중에 잘해주면 아이가 잊어버릴 거야’ 또는 ‘내가 화가 나서 그랬던 것을 아이도 이해할 거야’라고 생각해버린다. 하지만 부모의 어떤 말은 평생 잊히지 않고 마음에 남기도 한다. 자기를 낳아준 부모에게 바보라는 말을 들으면 친구에게 듣는 것보다 상처가 만 배는 크다. 아이는 부모에게 가장 인정받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자존감에 손상을 입으면 자신감은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이런 말을 자주 듣고 자란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늘 자신이 없고, 자기는 사랑받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어떤 것을 제대로 해내고도 결국 인정을 받지 못하고 주위 사람들의 비웃음을 살 것이라고 비관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네 동생은 나이도 어린데 척척 하잖아”라고 말한다. 이런 말이 쉽게 나온다면 아이를 끊임없이 비교하는 부모일 수 있다. 비교는 아이를 자극해서 더 잘하게 만들기보다 상처를 주고 오히려 열심히 할 힘을 잃게 한다.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다른 장점들은 칭찬해주고, 서로 비교하는 것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한 형제를 비교하는 것은 사이를 나빠지게 하는 지름길이다.

세 번째는 “그렇게 돈 들여서 오랫동안 가르쳤는데 그런 것도 못 할 거면 당장 그만둬”라고 말한다.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시하는 부모이다. 아이가 오랫동안 꾸준히 배움을 유지해온 것 자체를 인정해줘야 한다. 연주를 해내지 못한 마지막 결과만 놓고 그동안의 아이의 노력과 성실함을 평가절하해 버린다면 아이는 그 외의 다른 어떤 것도 해낼 수 있는 자신감과 의욕을 잃어버리게 된다. 아이가 뭔가를 잘해내지 못했을 때, 그것에 들어간 돈이나 비용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부모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이다. 아이는 자신의 가치를 돈의 가치와 비교한다고 생각해서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받는다.

네 번째는 말로는 어떠한 야단이나 비난도 하지 않지만 한숨을 푹 쉬면서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짓는 것이다. 부모 자신은 아이에게 상처받을 만한 말을 하지 않은 것에 나름대로 만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이는 직접적인 말 외에 보이지 않는 부모의 표정과 눈빛에도 영향을 받는다. 실망한 부모의 얼굴을 보았을 때, 아이는 부모가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느낀다. 아이를 키울 때는 눈빛과 표정도 잘 관리해서 아이가 불필요한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섯 번째는 “넌 그런 태도를 고쳐야 해. 사실 아빠가 바이올린 선생님께 들었는데 네가 아주 잘한다고 하시더라. 그런데도 무조건 안 하려고 하는 건 문제야”라고 아이의 문제점을 콕 집어 말해준다. 부모는 아이의 미숙한 점 또는 보완할 점을 때로는 정확하게 짚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아이의 모든 행동을 늘 잘한다고 예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부족한 점에 대해서 이야기도 해주고, 그것을 본인이 인지해서 개선해나갈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해야 한다. 하지만 아이의 부족한 점을 이야기할 때는 날카로운 혀와 냉정한 생각보다는 아이를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이 먼저다. 선뜻 나서지 못하는 아이의 마음을 수긍해주지 않고 지적부터 하면, 아이는 살아가면서 마음이 힘들어지거나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보여야 할 때 ‘부모’를 떠올리지 못한다. 부모에게 비난받을 거라는 생각에 감추게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는 아이에게 미소를 지으며 “네가 한 곡 들려주면 엄마 아빠는 너무 행복할 텐데…. 하지만 다음에 마음의 준비가 되면 들려줘도 괜찮아”라고 말한다. 가장 바람직한 부모의 모습이다. 이렇게 말하고 생활 속에서 아이를 칭찬하고 격려하는 말을 더 많이 해주면 아이는 곧 부모 앞에서 연주하고 싶어질 것이다.

부모는 누구나 아이를 자신감 있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어 한다. 자신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데 아주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래서인지 아이가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일 때 더 크게 실망한다. 문제를 지적하고 비난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렇게 대해서는 아이의 자신감이 단단해지기 어렵다. 부모부터 아이를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 아이의 자신감은 부모의 믿음으로 단단해진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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