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1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며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했다. 선진국 중 원유 의존도 1위인 한국의 부담은 급증할 수밖에 없다. 1년 9개월 만에 1220원을 넘어선 원-달러 환율은 밥상물가를 급속히 끌어올리고 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성장률 목표가 31년 만의 최저로 떨어지면서 대기업의 실적 악화도 불가피해졌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중 누가 당선돼도 곧바로 맞닥뜨릴 경제 현실이다.
엄혹한 안팎 상황과 달리 두 후보의 공약집은 유권자가 원하면 뭐든 해준다는 ‘산타클로스 공약’으로 채워져 있다. 이 후보는 연 100만 원의 전 국민 기본소득, 청년·농어민·문화예술인에 대한 별도의 기본소득 지급을 약속했다. 윤 후보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한 50조 원 추가경정예산과 병사 월급 200만 원 지급 등을 공약했다.
부동산 공약은 선심 경쟁을 하다가 서로 닮아버렸다. 이, 윤 후보는 생애 첫 주택구입자가 쉽게 대출받을 수 있도록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각각 90%, 80%로 높여주겠다고 한다. 두 후보 모두 재건축 용적률을 500%까지 허용해 수익성을 개선해 주기로 했다. ‘동학개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이 후보는 증권거래세 폐지, 윤 후보는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를 공약했다.
문제는 두 후보의 공약들이 현실에 맞지 않거나, 위기를 더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금리 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LTV 완화는 가계부채를 다시 늘릴 것이다. 재건축을 통한 경기부양과 주식 세금 감면은 거품을 빼야 할 ‘자산 버블’을 반대로 키울 수 있다. 표를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내질렀지만 실제 지키긴 어렵고, 모두 실행하려다간 문제가 커질 공약이 적지 않다.
한국 경제에 지금 필요한 건 고유가·고금리·고환율 ‘신(新) 3고’에 대응할 국가전략과 미-중, 미-러 대립 속에서 활로를 찾을 수 있는 로드맵이다. ‘표를 달라’며 내민 두 후보의 선물 보따리에 가려 이런 공약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고, 위기를 키울 공약들을 유권자 스스로 걷어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우리 경제를 책임질 의지와 역량을 갖춘 후보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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