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 功過 제대로 살펴야[기고/지은석]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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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석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은석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해 1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이후 달라진 경찰 수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다. 경찰에 권한을 쥐여 주다 보니 설익은 상태에서 사건이 함부로 종결되는 일이 생기고, 검사의 재수사 요청과 민원인 이의 신청도 늘어난다고 비판받는다.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곁들여진다. 경찰 내부에선 사건 송치 후에도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가 늘며 업무만 가중됐다는 푸념도 들린다. 그러나 수사권 조정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하면 이를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볼 건 아니다.

우선 보완수사 증가는 수사권 조정으로 당연히 예상됐던 결과다. 새 수사준칙은 지금까지 검찰이 담당한 송치 후 보완수사를 원칙적으로 경찰이 맡도록 명문화했다. 검사가 수사에서 발을 빼서 보다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공소제기 권한을 행사하게 하려는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보완수사 증가는 검사를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게 하는 제도 개선의 성과이며, 현장에 안착하는 새 체계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경찰이 변화된 제도에 걸맞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받는 것은 당연하다. 경찰은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수사 인력과 사건 처리 체계를 보강했다. 그러나 높아진 국민의 기대치에 부응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경찰이 지속적으로 자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수사권 조정이 올바른 방향이었음을 증명하기 위해 반드시 부담해야 할 과제다.

경찰의 자의적 수사 종결을 바라보는 시선도 있는데 초점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자주 언급되는 ‘불송치 권한의 남용’은 검사의 재수사 요청이나 피해자 등의 이의 신청과 같은 강력한 견제 장치가 제도화돼 있어 사실상 어렵다. 견제 장치들이 잘 작동하고 있음은 검찰이 발표하는 통계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반면 사건 접수 단계에서 민원인과 경찰 양자 간에 이뤄지는 반려는 외부 통제나 견제가 쉽지 않다. 경찰이 자의적으로 고소장 등을 반려한다는 지적은 수사권 조정 전에도 있었지만, 예전 검찰 수사의 자의성과 불투명성을 비판해온 경찰이라면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다행히 경찰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지난해 9월 서면동의 의무화 등 반려제도 개선책을 내놓은 상황이다.

이처럼 수사권 조정의 공과(功過)를 보려면 일부 지표로 섣불리 평가하기보다 본래 취지를 실천했는지를 실질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수사권 조정의 궁극적 목적은 검찰이 독점한 권한을 분산시키고, 독점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과거 수사 행태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주권자인 국민에게는 수사 절차의 투명성과 참여 기회 확대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이에 부응하지 못한 경찰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 가해지는 비판은 오히려 경찰 수사가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투명하게 감시와 통제를 받고 있다는 방증(傍證)이 될 수 있다. 경찰이 수준 높은 수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민 곁의 수사 주체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검경 수사권#수사권 조정#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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