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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택배노조 불법 팔짱 낀 정부, ‘노조공화국’ 소리 괜히 나올까

입력 2022-02-16 00:00업데이트 2022-02-1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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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조합원들이 14일 서울시 중구 CJ대한통운 본사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택배노조는 오는 21일 CJ대한통운, 우체국, 롯데, 한진, 로젠 조합원들과 함께 택배노동자결의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뉴스1
민노총 산하 택배노조 파업이 지난해 12월 28일 시작된 뒤 50일째로 접어들었다. 이달 10일부터는 노조가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해 농성 중이다. 지난해 노사가 맺은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둘러싼 대립이 극에 달하면서 파업이 장기화하고 있는 것이다.

택배노조는 사회적 합의 이후 택배비 인상분이 공정하게 배분되지 않았다는 점을 파업의 이유로 들고 있다. 회사 측은 택배비 인상분의 절반을 택배기사 수수료로 배분했다고 반박한다. 이 논란에 대한 검증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도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 조합원들을 폭행하고, 사무실의 개인물품을 무단으로 꺼내는 등 본사 점거 과정에서 일어난 불법행위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지난해 택배노조의 집단 괴롭힘에 극단적 선택을 한 김포 택배 대리점주의 아내는 어제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노조를 위한 법만 있는 세상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불법과 폭력이 일상화한 집단을 노조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의 노조가 법을 무시하고 과격해진 것은 현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작년 노조법 개정 당시 정부와 여당은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면서도 파업 때 대체근로를 허용해달라는 재계의 요청을 묵살했다. 해고 노동자가 노조원 자격으로 공장을 점거해도 막을 근거 하나 없는 게 노사관계의 현실이다.

무엇보다 전체 택배기사의 8% 정도에 불과한 택배 노조원들의 강경 투쟁으로 대다수 비노조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게 문제다. 비노조원들은 일감 자체가 줄어든 데다 노조원들이 배송을 방해하면서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 비노조 택배기사연합회는 “파업 장기화로 고객사가 이탈하고 집화·배송 물량이 감소해 수입이 현저히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노조의 불법행위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엄정한 법 집행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침묵하거나 방관자적인 논평만 내놓았다. 국토교통부는 택배 노사 간 사회적 합의가 양호하게 이행되고 있다면서도 파업에 대해선 정부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불법 파업으로 기업과 소비자가 피해를 입어도 정부나 정치권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노조 공화국’이라는 자조는 더 이상 과장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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