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권 강조 대선후보들, ‘이행 로드맵’도 보여야[동아광장/이성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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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들 기술 선도국 도약 노력 공통점
‘무엇’ ‘왜’ 있지만 ‘어떻게’는 빠진 공약
새 정부 과학기술 완성된 로드맵 필요

이성주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이성주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약 3주 앞으로 다가오며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후보들의 공약이 발표되고 있다. 후보들은 공통적으로 기술패권 시대 기술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글로벌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데 과학기술은 핵심이라는 입장이다. 이렇게 과학기술 분야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는 메시지는 진정 반갑다. 특히 국가과학기술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과학기술부총리직을 신설하고, 연구 환경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강화하며, 중장기 투자를 통한 기초연구 확대와 전략기술 확보를 지원한다니, 이는 많은 과학기술인들이 바라던 이상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일부에서는 후보별 과학기술 공약에 차별화된 특징이 없으며, 기존의 과학기술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도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문제점과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이 비교적 명확하기에, 무엇을 할 것이냐의 차별화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반면 무엇을 먼저 추진할 것이며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차별적 특징이 있을 테니 우리가 집중적으로 살펴봐야 할 부분일 것이다. 이런 까닭에 개인적으로는 후보별 과학기술 분야 공약이 어떻게 추진될지에 대해 개략적인 로드맵으로 그려 보곤 한다.

로드맵이란 과학기술 분야 미래 기획과 전략 수립에 빈번하게 활용되는 기법이다. 이는 1970년대 미국 모토로라에서 개발된 후 전 세계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으로 확대돼 지금도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름에서 나타나듯 로드맵은 조직, 산업, 혹은 국가가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과정에서의 이정표를 마치 지도처럼 그려 놓은 것이다. 그 형태는 다양할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현재 상황이 어떠한가’ ‘미래 비전이 무엇인가’ ‘현재 상황에서 미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어떠한 중간 단계가 필요한가’라는 세 가지 질문에 대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왜 해야 하는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또 다른 세 질문의 답을 제시해 주는 형태를 갖는다.

완성된 로드맵은 구체적인 실행 계획 수립과 투자의 근거 자료로,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미래 계획과 전략의 내용을 전달하는 의사소통 도구로 활용되곤 한다. 다만 로드맵이 이러한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왜’ ‘어떻게’라는 세 관점에 대한 내용이 잘 담겨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과학기술 공약은 후보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왜’와 ‘무엇’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어떻게’에 대한 내용이 빠진 로드맵을 보는 느낌이다. 물론 지금 단계에서 공약의 세부계획이 모두 제시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공약이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지 궁금한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기술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중요하지만 우리나라가 가장 취약한 분야 중 하나가 기초과학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기초과학 분야의 경쟁력 강화 방안은 다양하다. 투자 측면에서는 장기 투자와 절대적인 투자금액의 확대가 요구된다. 인력 측면에서는 해외 인력 유입과 여성 과학기술인 지원 등 기초과학 분야에 종사하는 과학기술인력의 전략적 활용이 필요하다. 과학기술 분야에 진출하는 인력의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처우 개선도 요구된다. 양질의 인력 육성을 위해 초중고교 교육시스템과 대학입시제도, 그리고 대학교육 및 연구시스템의 개선 방안도 고민해 볼 수 있다. 기초과학연구원 등 정부출연 연구소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 봄직하다.

그러나 이 모든 방안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으며 ‘어떻게’의 관점에서는 그 어느 하나도 사실 쉽지 않아 보인다.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어떻게’는 조직 개편, 신규 프로그램 추진, 제도 개선 등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해외 인력 유치 방법으로는 해외 고급 인력에 대해 대규모 연구비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할 수 있다. 여러 기관의 겸직 허용이나 해외 인력의 장기 거주가 가능한 비자 규정 변경 등 제도 개선도 가능하다. 이같이 ‘어떻게’에 대해서는 여러 대안이 존재하며 일부는 엄청난 사회적 합의가 요구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어떻게’에 대한 계획이야말로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국가지도자의 관심과 철학을 잘 나타내 줄 것이다.

이에 앞으로 과학기술 분야 공약이 어떻게 실현될지 차기 정부가 완성된 로드맵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더 나아가 로드맵이 연속성을 가지고 그 다음 정부로도 계승되어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선도국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하기 바란다.



이성주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기술주권#대선후보들#이행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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