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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코로나로 심해진 학력 격차, 등교수업에 답 있다[동아시론/김경근]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입력 2022-01-19 03:00업데이트 2022-01-19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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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수업으로 하위권 학생 학력 저하
상위권은 사교육으로 성취도 높여
등교수업 재개해 공교육 위기 막아야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지난 2년간 코로나19가 교육 현장에 몰고 온 변화는 심대했다. 무엇보다 원격수업이 등교수업을 일거에 대체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원격수업이 길어지면서 많은 문제가 불거졌다. 특히 학력격차가 심각한 수준에 다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도 급증했다. 이 외에도 우리 공교육의 현주소를 성찰하게 하는 일들이 적잖게 목도됐다.

지난해 필자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자료를 분석해 코로나가 학생들의 학력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살펴봤다. 몇 가지 주목할 만한 특징을 발견했다. 우선 코로나 이후 학력 저하는 주로 하위권 학생들 사이에서 나타났음을 확인했다. 여기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저소득층 출신으로 유추된다. 코로나가 상위권 학생들의 학력에는 오히려 긍정적 영향을 끼친 측면도 읽혔다.

학력 저하가 하위권 학생들 중심으로 발생한 건 예견된 결과다. 하위권 학생들은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다른 학생들에 비해 교사의 세심한 관심과 지도가 훨씬 더 많이 필요한 셈이다. 학교가 문을 닫으면 교사가 수행하던 역할은 대부분 부모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하위권 학생들은 부모의 돌봄과 관리를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원격수업이 이뤄질 때 하위권 학생들의 학력이 떨어질 개연성이 큰 배경이다.

코로나로 하위권 학생들의 오락 목적 디지털기기 사용 시간이 크게 늘어난 사실도 확인됐다. 디지털기기를 학업보다 오락을 위해 주로 사용한다면 학력 저하는 필연적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하위권 학생들은 가정에서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원격수업의 장기화는 이들이 인터넷·스마트폰 중독에 빠질 위험을 높인다. 나쁜 습관에 빠진 학생들은 두고두고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개연성이 크다.

코로나 시기에 상위권 학생들의 성취도가 거의 영향을 받지 않거나 높아진 것은 사교육 덕분으로 보인다. 경기도교육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사교육 참여가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 사실 학력을 높이는 데 관심이 많은 중산층 학부모와 학생에게 코로나 상황은 학력 향상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등교수업을 할 때보다 사교육에 투자할 시간과 에너지를 훨씬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네스코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 발생 이후 주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이 가장 오랫동안 학교 문을 닫았다. 이웃 일본은 2020년 9월 이후엔 학교 문을 닫은 적이 아예 없다. 교육열이 강하기로 소문난 한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짚이는 대목이 있긴 하다. 무엇보다 초저출산 사회인 한국에서 자녀의 건강과 안녕에 대한 학부모의 불안감이 투사된 결과일 수 있다. 사교육이라는 대안이 있기에 여론 주도층은 등교수업에 연연할 필요성이 적었을 수 있다. 원격수업이 이뤄질 때 사교육 참여가 더 수월하다면 등교수업에 집착할 유인이 약하지 않겠는가.

원격수업의 효과는 등교수업에 견주기 어렵다. 저소득층 학생에게는 특히 그렇다. 따라서 학교가 문을 닫으면 학력격차 심화는 불가피하다. 교육이 자력 구제의 영역으로 남겨졌을 때 감수해야 할 후과라 하겠다. 원격수업이 이뤄진 시기에 ‘영혼을 갈아 넣는 일상’에 대해 얘기하는 교사를 여럿 만났다. 이처럼 헌신적인 교사들이 넘쳐나더라도 원격수업으로 벌어진 학력격차를 극복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정설이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등교수업을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교육다운 교육을 위해서도 학교 문을 닫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 교문을 닫아도 어떻게든 지식은 전수할 수 있다. 하지만 지식 전수가 교육의 전부는 아니다. 교육이 제 소임을 다하려면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을 키워줄 수 있어야 한다. 의도하지 않은 가운데 원격수업의 장기화는 공교육의 위상과 입지를 한껏 쪼그라들게 했다. 그 대신 사교육은 존재감을 잔뜩 키웠다. 과연 공교육이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지 적잖이 걱정되는 실정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는 속담이 있다. 과정과 관계없이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뜻이지만, 교육에서는 경계해야 마땅한 가치와 지향이다. 코로나 시기에 이런 가치와 지향이 한층 확산했다. 학교가 적당히 시간을 보내다 때가 되면 졸업장이나 받는 곳으로 치부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학교가 문을 닫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런 문제는 더욱 해소되기 어려울 수 있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학교 문을 닫는 데 신중해야 할 또 다른 이유다.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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