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상장 직후 대량 주식 처분, ‘개미’ 뒤통수 친 카카오 경영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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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 사퇴한 류영준 카카오 공동대표 내정자.
자진 사퇴한 류영준 카카오 공동대표 내정자.
카카오페이 임원들이 상장 후 한 달 만에 집단으로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시작된 ‘먹튀’ 논란의 파장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카카오페이 경영진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주가가 폭락하는 바람에 애꿎은 소액 투자자들이 날벼락을 맞고 있다. 카카오페이 주가는 한 달 새 29% 떨어졌다. 모회사인 카카오의 주가도 지난해 4월 액면분할을 단행한 이후 처음 10만 원 밑으로 하락했다.

카카오페이는 국민주를 표방한 청약 방식을 처음 도입하면서 작년 11월 182만 명의 개인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류영준 대표를 포함한 카카오페이 임원 8명은 이 회사 상장 한 달여 만인 지난달 10일 주식 44만 주를 처분하고 차익으로 877억 원을 챙겼다. 타이밍은 주가 단기 고점을 노린 작전 세력의 행태와 다름없었다. 코스피200 지수 편입일에 맞춰 시간외 거래에서 주식을 대량 처분했다. 회사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주주 가치를 보호해야 할 상장사 경영진이 대형 호재에 맞춰 한날한시에 집단으로 차익 실현에 나선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이중성은 이뿐만이 아니다. 소액주주들이 카카오페이 2대 주주인 중국 알리페이가 주식을 대량 매도할 수 있다고 우려하자 작년 10월 상장간담회에서 단기간 내 지분 매각 의사는 없을 것이라며 안심시켰다. 그래놓고 본인들이 소액주주들의 ‘뒤통수’를 친 것이다. 경영진의 어이없는 행태에 소액주주는 물론 카카오 노조까지 반발하고 나섰다. 회사 경영자로서 기본적인 윤리의식이 결여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파문이 커지자 류 대표는 결국 어제 떠밀리듯 카카오 공동대표 내정자 자리에서 사퇴했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은 문어발식 경영 확장과 골목상권 침해로 작년 세 차례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려갔다. 공시의무 위반도 잦아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점검에서 6건이나 적발됐다. 재계 순위 18위로 성장한 카카오의 경영진이 쉬운 돈벌이에만 매몰돼 대기업으로서의 기본적인 윤리와 책임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다.
#상장#카카오#개미#카카오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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