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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한국 정치가 성숙해졌다고 보는 이유[알파고 시나씨 한국 블로그]

알파고 시나씨 터키 출신·아시아엔 편집장
입력 2022-01-07 03:00업데이트 2022-01-07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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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알파고 시나씨 터키 출신·아시아엔 편집장
한국의 대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여전히 대선 판세는 안갯속이다. 마치 어려운 수수께끼를 푸는 느낌이다. 여론조사들을 보면 정권 교체를 원하는 쪽이 우세한데, 후보 지지율을 보면 여당 후보가 야당 후보를 앞서고 있다. 대체 이것은 어떤 상황인가?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대선은 이념 구도도 신기한 양상을 띠고 있다. 5·16군사정변 이후 한국의 정치 이념 지도는 크게 삼각형으로 볼 수 있다. 한쪽에 군부가, 다른 한쪽에 야권 보수가, 그리고 남은 한쪽에는 야권 진보가 있었다. 1990년에 3당 합당으로 군부와 야권 보수가 합치면서 이 구도는 깨졌다.

그 뒤로는 큰 틀에서 양극 체제를 이뤘다. 한쪽에는 보수가, 다른 한쪽에는 진보가 있었다. 그리고 정권이 보수에서 진보로, 진보에서 보수로 왔다 갔다 했다. 그러나 현재 대선 구도는 그렇게 진보-보수 양극으로 나뉘지 않는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선 양당의 후보 선출 과정을 들여다봐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제일 인기 있었던 예비후보는 현재 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국무총리였다. 이 후보는 대선 경선에 출마한 적이 있다는 점에서 출발이 유리했다. 성남시장으로 시작해 지자체 책임자로 일한 덕분에 수도권 지역의 지지 세력도 탄탄했다.

반면 이 전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들과 깊은 관계를 맺으며 친문 세력의 지지를 얻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을 빗나갔다. 그동안 여론에 영향을 미칠 만한 활동을 이어온 이재명 후보가 당내 경쟁에서 승리한 것이다.

친문 세력 입장에서 반길 만한 결과는 아니었다. 낙선한 이 전 총리가 이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일 정도로 당내 화합이 흔들렸다. 그렇다면 국민의힘 쪽에선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문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윤석열 전 총장은 임명되자마자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으로부터 온갖 비난을 받았다. 최순실 특검팀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리 수사에 관여한 이력 때문에 보수진영에 미운털이 박힌 것이다.

그런 윤 전 총장이 조국 사태로 갑자기 보수 진영의 ‘히어로’로 떠올랐다. 문 대통령과 그 주변 측근들과 정면충돌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당시 누구도 없었다.

정치인들이 매일 정권과 각을 세웠지만 소득은 없었다. 반면 윤 전 총장은 눈에 띄는 성과를 내다 보니 자연스레 보수 진영의 대선 예비후보로 부상했다.

당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정치인들이 내세운 이가 대선 후보로 나와야 당의 명예를 지킬 수 있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과 관계가 밀접하지 않았다. 문 정부와 마찰이 있어 인지도가 올라간 경우였다. 한마디로 당외 인사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 원로 정치인들은 최재형 전 감사원 원장을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했으나 실패로 끝났다. 윤 예비후보는 결국 홍준표 의원을 당내 경선에서 누르고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이런 과정에서 국민의힘 분위기도 민주당과 비슷하게 흘러갔다. 후보는 결정됐지만 당의 내부 화합은 깨지고 만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사퇴 논란은 이런 상황을 보여주는 뚜렷한 증표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이번 대선은 한국 정치사에서 새 장을 열고 있다. 진영 혹은 정당 간 대결이 아닌 인물 간 대결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 후보는 민주당의 정체성을 대표한다기엔 좀 그렇고, 윤 후보 역시 국민의힘을 대표하기엔 애매하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이 나쁜 것인가? 전혀 아니다. 딱딱한 진영 논리나 이념 갈등 속에서 대선을 치르는 것보다 후보 위주로 선택한 것이 좀 더 성숙하다고 본다. 물론 여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성숙과 거리가 멀지만….

알파고 시나씨 터키 출신·아시아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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