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유럽의 균형이 요동친다[알파고 시나씨 한국 블로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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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알파고 시나씨 터키 출신·아시아엔 편집장
알파고 시나씨 터키 출신·아시아엔 편집장
최근 한국 언론의 국제 기사를 보면 제일 많이 거론되는 주제는 우크라이나 사태다. 필자는 이번을 계기로 우리의 외교적 시선이 너무나 1차원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기사들의 방향이 대개 비슷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기사들을 합쳐서 전체 그림을 살펴보면 이 사건에 대한 미국과 러시아의 입장이 대립돼 전달되고, 여기서 한국의 국익을 찾는 모습이 보인다. 사실 우크라이나 문제는 이보다 더 복잡하다. 그래서 이번 칼럼을 통해 일련의 사건을 한번 되짚어보고 우리가 놓친 부분이 있는지 살펴봤으면 한다.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와 미국은 합의에 나선다. 우크라이나를 중립국으로 하는 조건으로 나라의 군사력을 줄이는 것이었다. 우크라이나는 이 합의 내용 덕분에 국방비를 줄이고 경제발전에 집중을 할 수가 있었다. 우크라이나에도 이득이었다.

2000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권을 잡을 당시 러시아에 제일 큰 문제는 체첸 문제였다. 정보기관 출신의 푸틴이 체첸 문제에 대해 엄청난 폭력을 행사했다. 신기하게도 서구 언론에서 푸친의 강력한 체첸 정책에 대해 큰 비난이 없었다. 당시 서방의 새로운 적은 이슬람권의 극단적인 테러조직이었다. 푸틴 입장에서도 이제는 서방이 적이 아니고 동반자였다. 푸틴도 서방 세계도 이슬람계 테러리즘 때문에 골치 아픈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빠르게 변화를 맞았다. 2005년부터 러시아의 주변 국가에서 반러 성향이 강한 정치인들이 정권을 잡았다. 앞서 2004년을 전후해 유럽연합(EU)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옛 친소련 성향이 있던 국가들을 가입시켰다. 특히 발트해 3국이 EU에 가입한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푸틴 입장에서 서방 세계의 영향력이 러시아의 코앞에까지 다가왔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푸틴이 이를 억제하기 위해 선택한 지역이 조지아였다. 조지아 내 분쟁지역인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에서 당시 친미 성향의 대통령이 군사 작전을 하자, 러시아는 군사행동을 감행하며 이 둘 지역의 독립을 지원했다. 물론 유엔이 아직도 그 둘 지역을 조지아의 합법 영토로 보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러시아의 지배를 받는 자치공화국이 되어 버렸다. 2008년에 터진 이 전쟁에서 러시아는 절대적인 승리를 거뒀다. EU와 조지아의 가입을 검토하고 있었던 나토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러시아의 군사적 행동은 2014년에도 재개됐다. 나토와 EU 가입이 거론된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아쉬워하는’ 지역이 있었다. 바로 크림반도다. 크림반도는 과거 러시아 제국 땅이었다. 푸틴은 1954년에 우크라이나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으로 넘어간 이 지역을 돌려받겠다며 대규모 작전에 나선다.

당시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반군이 크림반도에서 엄청난 반란을 일으켰다. 우크라이나 중앙 정부는 크림반도에서 사실상 지배력을 잃었다. 일종의 지역적인 쿠데타를 일으킨 반군은 크림반도의 정권을 잡은 이후 2번의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첫 번째는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이었고, 두 번째는 러시아와의 합병이었다. 이 둘 국민투표에서도 압도적인 찬성이 나왔다. 물론 이 국민투표에 대해 크림반도 시민의 10% 정도가 보이콧했지만 결과가 변하지 않았다. 현재 크림반도는 러시아의 땅이 되어버렸다. 러시아가 이런 꼼수를 이용한 이유는 아무래도 국제법의 눈치를 본 것이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럽은 지금 뜨겁다. 프랑스는 유럽의 ‘대표’격으로 나서 사태 해결의 중재자로 나섰다. 미국을 향해 ‘이것은 기본적으로 유럽의 문제’임을 강조하면서 다른 유럽 국가들, 특히 독일에 왜 이렇게 소극적으로 대응하느냐는 입장이다. 이런 까닭에 그동안 EU를 일종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이용해왔던 독일의 위상도 흔들리는 계기가 되었다. 어떻게 보면 미국도 이번 계기로 러시아와 그동안 친밀한 경제 교류를 가져온 독일을 러시아와 거리를 두게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단순한 지역 분쟁으로 보이는 우크라이나 문제는 사실상 유럽에서 벌어지는 세력 균형의 재구성 사안이다. 한국은 한반도의 안보를 위해서, 당연하게 한미 동맹을 외교 정책의 기준으로 잡고 있다. 그러나 먼 지역에 있는 역학 경쟁의 문제들도 면밀히 분석하고, 다양하게 읽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알파고 시나씨 터키 출신·아시아엔 편집장
#우크라이나 사태#유럽의 균형#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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