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오피니언

“과거사 논쟁은 역사에 맡겨야”[알파고 시나씨 한국 블로그]

알파고 시나씨 터키 출신·아시아엔 편집장
입력 2021-12-03 03:00업데이트 2021-12-03 08:29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알파고 시나씨 터키 출신·아시아엔 편집장
최근 전두환 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국 근현대사가 다시 한번 도마에 오르게 되었다. 필자는 유튜브 활동을 하는데, “전두환의 중동 동갑내기들”이라는 방송을 하고 있다.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와 터키의 케난 에브렌에 대해 라이브 방송을 했는데, 방송 와중에 나도 모르게 전두환, 때로는 전두환 전 대통령, 때로는 전두환 장군이라고 지칭했다가 댓글창에서 엄청난 토론이 벌어졌다.

한 편에서 “5·18 몰라? 지상파도 전두환이라 하는데, 넌 왜 ‘전 대통령’이라고 하지?” 같은 비판도 나왔고, “야, 그래도 한국을 8년 동안 다스렸고, 경제성장률 1위로 만들었고, 서울 올림픽을 유치했는데 예의를 지키고 ‘전 대통령’이라고 해야지”라는 지적도 있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는 느낌이었는데, 정신적으로는 잘 극복했다. 필자가 보기에는 이 논쟁이 아마도 마지막 논쟁이 아닌가 싶다. 이게 무슨 말인지를 설명하려면 다시 2004년으로 돌아가야 된다.

필자가 한국에 처음에 왔을 때가 2004년이었고, 당시 대통령은 노무현이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래도 대선에선 보수 진영의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면서 2008년에 정권 교체가 되었다.

10년 동안 진보 진영의 정권 경험은 당시 한국에선 정치적으로 생소한 기간이었다. 대한민국 정부의 출발 당시 분단된 상태였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까지 보수 진영이 정권을 계속 잡았던 한국에서 진보 진영의 행보가 그리 쉽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한국에선 쿠데타나 데모 없이 정권이 2008년에 부드럽게 진보에서 다시 보수로 넘어왔다.

촛불 시위가 일어날 때까지도 신기한 일들이 있었다. 노동 운동의 상징 인물인 전태일 열사의 동생이 국회의원으로 한국의 법을 만드는 핵심 기관인 국회에 진출했다. 이 시기에는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더러 있었다. 선출된 지 얼마 안 된 문재인 당시 당 대표는 이승만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무덤을 참배하면서 정치권을 놀라게 만들었다. 같은 정당의 의원까지 당 대표를 맹비판했다. 반대편 보수 진영 정치인들은 5·18 추모식에 참석하는 일이 이어졌다.

내가 보기엔 촛불 시위가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색다른 현상이었다. 4·19혁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생소한 일이었다. 한국 근현대사의 호불호가 제일 강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후보가 한국 역사상 최고의 투표율로 대통령이 되었지만, 국정농단 사건 이후 촛불 시위를 거치며 권력을 잃었다. 본인이 속한 정당 의원들까지 참가한 가운데 탄핵의 길이 열렸고, 헌법재판소 판결로 탄핵됐다.

한국 보수 정당의 당 대표는 선출 과정에서 대구 같은 보수 진영의 도시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정당했다”라고 한 30대 정치인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이제는 1970, 80년대에 있었던 과거 논쟁들을 하는 게 더 이상 의미가 없는 나라가 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이야기하자면 전두환 호칭 문제는 1970, 80년대 논쟁의 후반전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그런 논쟁이 이득을 주지 않는 사회가 되기도 했다.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있는 나라에서 근현대사의 과거 인물들을 끌고 와서 논쟁을 벌이는 건 도움이 안 된다.

한국의 버전1은 이제 끝났다. 한국은 이제 버전2로 넘어왔다. 사회나 정치계 논쟁들은 과거와 다를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 필요한 논쟁들을 어떻게 우리의 언론자유 수준을 높일 수 있을까, 어떻게 경제 구도를 더 굳건한 틀로 이어갈 수 있을까, 외교적 영향력을 높일 수 있을까 등이 돼야 한다.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도 있다. 바로 통일 문제다. 1990년대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지만 한반도에서의 통일은 이뤄지지 않았다. 남북한 문제는 동북아에서 중국과 미국의 패권 다툼이 진행되는 가운데에선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통일을 준비하고 민주주의와 경제를 더 안정시키기 위해선 국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논쟁은 피하고, 과거는 역사에 맡겨야 할 것이다.

알파고 시나씨 터키 출신·아시아엔 편집장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