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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기자들 통신자료 마구 뒤진 공수처, 언론사찰 아니면 뭔가

입력 2021-12-17 00:00업데이트 2021-12-2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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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DB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적어도 언론사 11곳의 기자 35명을 대상으로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는 동아일보와 채널A 기자 8명도 포함돼 있다. 수사기관이 본인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는지 각 통신사에 문의하는 기자들이 많아 공수처가 통신조회를 한 언론인 숫자는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수사기관이 통신사에 특정 전화번호에 대한 조회를 요청하면 통신사는 가입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수사기관에 제공한다. 공수처는 ‘고발 사주’ 의혹,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 사건의 피의자와 통화한 상대방을 파악하려고 통신조회를 한 것이라는 입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통신조회를 한 기자 수가 너무 많다. 더구나 이들 사건을 직접 취재하지 않은 법원 담당 기자, 정치부 기자 등까지 조회 대상에 포함돼 있어 납득하기 어렵다.

또 수사상의 필요로 통신조회를 하더라도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기본권 침해 가능성을 감안해서 대상을 최소화해야 한다. 공수처가 이런 기본을 지켰는지 의문이다. 더욱이 공수처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어떤 사건의 누구와 통화를 한 것 때문에 통신조회를 한 것인지조차 설명하지 않고 있다. 이러니 공수처 관련 보도가 나온 경위를 저인망식으로 조사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언론사찰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지난달에도 고발 사주 등과 관련해 대검 감찰부가 언론과 접촉이 많은 대검 대변인의 공용 휴대전화를 포렌식하고, 공수처가 압수수색을 통해 그 결과를 가져간 사실이 밝혀지면서 언론의 취재가 위축될 것이란 지적이 많았다. 공수처가 올 1월 출범한 후 지금까지 구속이나 기소를 한 사건은 전혀 없다.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서는 손준성 검사에 대해 청구한 체포·구속영장을 3차례 연속 기각당하는 등 ‘헛발질’만 하고 있다. 언론사찰 의혹에 대해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못하면 공수처의 존재 이유를 묻는 목소리가 더 커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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