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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파워인터뷰]“한국, 전작권 전환 몇년 더 필요… 2028년쯤 역량 갖출듯”

입력 2021-12-15 03:00업데이트 2021-12-1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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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브럼스 前 주한미군사령관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한미안보협의회가 발표한 새 전략기획지침(SPG)에 주한미군 규모를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조항이 들어간 것을 두고 “한국을 지키겠다는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한 상징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 제공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에게 한국은 특별한 나라다. 미국의 ‘전쟁 영웅’으로 평가받는 부친 크레이턴 에이브럼스 전 육군참모총장은 물론이고 두 형과 장인, 매형이 모두 한국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본인도 한미 간 방위비분담금협정(SMA)을 비롯한 동맹 이슈가 산적했던 시기에 한국에서 2년 반 넘게 주한미군을 이끌었다.

최근 화상인터뷰로 만난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 있는 집 근처에서 숯불고기 한국 식당을 찾아냈는데 김치 반찬을 다섯 번이나 추가로 시켜먹었다”며 웃었다. “사람들이 한국 근무가 어땠느냐고 물어볼 때마다 ‘정말 멋졌다’고 답해준다”며 한국에 대한 진한 애정을 드러냈다. 퇴임 후에도 한국 관련 현안을 상세히 팔로업하고 있는 듯 최근 열린 한미안보협의회(SCM) 내용과 전시작전권 전환 상황에 대해서도 막힘없이 설명을 풀어냈다.》

그는 한미가 SCM에서 발표한 새 전략기획지침(SPG)에 대해 “북한과 중국 등의 역내 (위협) 변화를 반영한 매우 중요한 결과물”이라고 평가했고, 주한미군 규모를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조항이 들어간 것에 대해서는 “한국을 지키겠다는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한 상징적 조치”라고 했다.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서는 조건 충족에 필요한 예산 증액 및 한국군의 역량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과의 남다른 인연이 부임 때부터 화제였다.

“39년이 넘는 군 복무 중 주한미군사령관으로 한국 근무를 하게 된 것은 내 인생과 경력에서 정말 영광이었다. 한국전쟁 당시 수많은 미군이 들어본 적도, 알지도 못했던 땅에서 싸웠다. 나는 내 아버지와 두 형제의 헌신, 여기에 더해 150만 명에 이르는 한국전 참전 미군들의 헌신을 지켰다. 이것은 우리의 엄숙한 의무다. 미국은 한국을 폭정과 공산주의, 사회주의로부터 지켜내겠다고 약속했다. 아내와 나는 한국인을 사랑한다. 우리는 평생 갈 좋은 친구를 많이 만들었다. 한국의 군 장성들과는 ‘배다른 형제’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친밀한 관계였다.”

―한미가 최근 발표한 새 전략기획지침을 어떻게 평가하나.


“이번 안보협의회의 가장 중요한 결과라고 평가한다. 이것은 내가 2019년부터 줄곧 요구해왔던 것이었다. 이 지침은 한국 방어에 대한 우리의 작전계획 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매우 중요한 문서다. 이전의 지침이 만들어진 게 2010년이었는데 이후 한국은 물론이고 (인도태평양) 지역,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북한은 이제 고체연료 탄도미사일과 지대공 순항미사일을 보유했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 발사했다. 중국은 어떤가. 2018년 이후 중국 항공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한 횟수가 300% 증가했다. 중국 공군은 러시아와 연합훈련을 하면서 한반도 상공을 일주했다. 중국은 일본과 대만, 필리핀의 영해와 영공은 물론이고 남중국해까지 항공 및 해상 병력을 크게 늘렸다. 11년 전에는 없던 큰 변화다. 전략기획지침은 이런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

―새 지침은 이런 변화를 모두 반영하고 있나.

“또 다른 가장 큰 변화로는 한국의 국방개혁 2.0이 있다. 이에 따른 한국의 병력 감축을 비판하는 게 아니다. 한국의 출산율 저하와 이로 인한 인구통계학적 변화 때문에 한국 정부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국방개혁 2.0이 완료되면 대한민국 육군은 10만 명이 줄어든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 북한의 공격이 있을 경우 새로운 전략지침의 관점에서 한국을 어떻게 방어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새 지침이 2년 전에 승인됐더라면 좋았겠지만 이제 나왔으니 됐다. 많이 늦어졌다.”

―지난해 주한미군 감축설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2만8500명이라는 숫자는 어떤 의미인가.


“이 문제는 한미동맹에 관한 것이다. SCM 공동성명에 주한미군의 수를 명시한 것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국을 지키겠다는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한 상징적인 조치다. 동시에 이것은 한국인을 향해 ‘미국이 함께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의 병력 규모는 적당하다고 본다.”

―전시작전권 전환에 필요한 조건 충족을 위해 어떤 부분을 더 채워야 하는가.

“한미 양국은 2007∼2013년 시한을 설정하고 전작권 전환을 추진해 왔지만 막상 시한이 다가오자 한국 정부가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이유로 계속 연기됐다. 그래서 우리는 결국 ‘임의적 시한 대신 조건에 기반을 둔 전환을 하자’고 했던 거다. 전작권 전환을 위해서는 첫째, 한국군이 연합군을 이끌 수 있는 핵심 군사 역량의 확보를 위해 26가지 과제를 충족해야 한다. 두 번째는 한국이 항공 타격 능력과 미사일방어시스템(MDS) 역량을 갖추고 이를 연계, 통합시킬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무기체계 및 장비 등의) 역량 확보가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전작권 전환을 할 수 있는 안보환경이 되는지에 대한 정보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한국이 그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데 얼마나 걸릴 것으로 보나.

“몇 년(several years) 더 걸릴 것이다. 아마도 2028년쯤 될 것으로 본다. 필요한 역량을 모두 획득하는 데에는 시간이 꽤 걸리고 돈도 많이 든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재임 당시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축소, 민간 시위로 인한 훈련장 사용 부족 등의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명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7월 공개석상에서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해 준비태세에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작심발언을 하기도 했다.

―훈련 부족 문제에 대해 내부적으로 쓴소리도 많이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전 훈련을 위한 접근권을 확보하는 것은 지난 10년간 어려운 과제였다. 한밤중에 포격과 총소리, 헬리콥터 때문에 방해를 받는다는 시민들의 불만 제기에 정부가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을 이해한다. 로드리게스 실탄 사격장에서의 오발 사고도 있었다. 미국은 재발을 막기 위해 700만 달러를 투입했다. 우리는 한국에서 좋은 방문객이 되고 싶고, 한국 국민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준비태세를 갖추려면 훈련이 필요하다. 지금은 긴장이 완화되고 도발도 줄어든 상태지만 이 상황은 당장 다음 주에라도 바뀔 수 있다. 한국 측 카운터파트들에게 지원을 요청했지만 큰 도움을 받지 못했다. 처음으로 대중연설을 하게 됐을 때 나는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한국에서 준비태세를 유지해야 할 한미연합사령관으로서의 신성한 책임이 있었다. 한국인들 앞에서 정직해야 할 의무도 있었다.”

―주한미군사령관으로 근무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2020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해 미군기지 내 군무원들이 무급휴직 상태에 놓였을 때였다. 내가 사랑하는 한국인들과 미국 국방부 직원들이 거기에 있었다. 이들은 내 사람들이다. 노부모를 모시며 가족을 챙기고 아이들을 먹이고 집세를 내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무급휴직은 끔찍했다. 고맙게도 한미 양국이 인건비 우선 지급에 합의하면서 석 달 만에 이들을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있었다.”

1시간을 훌쩍 넘긴 인터뷰 내용은 군인으로서 그의 자부심과 동맹에 대한 단단한 확신으로 가득했다. 한국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느냐는 마지막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은 “동맹의 중요성에 대한 믿음을 지켜 달라”였다. “한미 관계는 롤러코스터처럼 부침을 거듭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에 대한 신뢰를 잃지 말라. 왜냐하면 이것은 정말로 중요하니까.”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 1960년 출생
△ 1982년 미국 육군사관학교 졸업
△ 2015년 8월∼2018년 10월 미국 육군 전력사령부 사령관
△ 2018년 11월∼2021년 7월 주한미군사령관 겸 유엔군사령관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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