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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김도연 칼럼]피, 땀 그리고 눈물… 처칠과 BTS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21-12-02 03:00업데이트 2021-12-0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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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공포에서 국민 단결시킨 처칠
생명 거는 지도자 희생이 승전 이끌어
평화는 힘 있을 경우에만 누리는 특권
국방부터 문화까지 진력하는 지도자 필요
人和 위해 다른 의견에 적대감 갖지 말아야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윈스턴 처칠은 20세기 세계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정치인이다. 그는 독일의 프랑스 침공으로 세계대전이 본격화되던 1940년 5월에 영국 총리로 취임했다. 그리고 연합군 승리 두 달 후인 1945년 7월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참혹했던 전쟁을 오롯이 감당하며 인류사의 큰 물줄기를 바꾼 셈이다. 국민들께 드릴 수 있는 것은 “피, 땀 그리고 눈물”뿐이라는 그의 취임 후 첫 하원 연설은 전쟁 공포에 휩싸였던 모두를 단결시키며 사기를 높였다. 정치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전쟁은 국민 모두가 생명을 걸고 직접 피를 흘려야 하는 가장 처절한 게임이다. 처칠의 연설은 국민을 위해 군 통수권자 스스로가 피를 흘리겠다는 다짐이었는데, 실제로 그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직접 참가하겠다고 고집했다. 그러나 당시 국왕인 조지 6세는 오히려 본인이 참전하겠다며 처칠을 만류했다. “왕이 전사하면 대신할 사람이 있지만, 처칠이 전사하면 그렇지 못하다”는 설득에 처칠이 뒤로 물러섰다고 전해진다. 승리는 지도자들의 이러한 자기희생이 가져온 결과다.

벌어진 전쟁이라면 국가지도자의 책무는 당연히 승리하는 것이지만, 그 전에 이를 막고 평화를 향유하는 것은 더욱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불편한 역사적 진실은 오히려 전쟁에 철저히 대비하는 사회만이 평화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평화는 힘이 있는 경우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국가지도자는 이 냉혹한 진실을 명심해야 한다. 처칠은 “전쟁에서 이긴 지도자는 가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도 했지만,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노력한 지도자가 전쟁에서 이긴 경우는 없다”고 이야기했다. 핵으로 위협받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우리 지도자는 국방력 강화에 땀을 쏟아야 할 것이다. 제복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열강의 이해가 직접 맞닿아 있기에 그들 간의 갈등으로 불꽃이 튀면 결국 가장 큰 피해는 우리 것이다. 이 역시 역사가 증명하는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외교력은 대한민국에 각별히 중요한 힘이다. 국내 정치 환경이 어려우면 이를 돌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제 관계를 이용해 외교를 망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다음 정부에서는 소위 캠프 출신 외교 무경험 인사들을 보답의 목적으로 해외 공관에 보내는 일만은 부디 삼가길 기원한다.

현대의 전쟁은 총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국제적으로 경제, 문화, 교육, 과학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치열한 경쟁은 피를 쏟던 지난날 군사적 전투와 다름없다. 모든 분야 경쟁력의 총화인 국력 증진을 위해 지도자는 진력해야 한다. 땀을 흘려야 한다. 초일류 산업을 키우면서 동시에 약진하고 있는 한류 문화에 힘을 보태야 한다. 그리고 대한민국 미래를 발목 잡고 있는 교육의 문제점도 풀어야 한다.

우리가 선출한 지도자가 모두와 공감하면서 기쁜 일에도 그리고 슬픈 일에도 함께 눈물 흘린다면 국민은 행복할 것이다. 인화(人和)는 지도자의 최고 덕목이다. 모두를 아우르기 위해 지도자는 자기와 다른 의견에도 적대감을 갖지 말아야 한다. 처칠 재임 당시, 낸시 애스터는 영국 최초의 여성 하원의원이었는데 정치적 의견을 달리하면서 처칠과 갈등이 심했다. 사소한 문제로 의회에서 논쟁하다가 애스터가 처칠에게 “내가 당신의 아내였다면, 당신이 마시는 찻잔에 독을 탔을 겁니다”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이에 처칠은 “애스터 의원님, 당신이 내 아내였다면 그렇게 살기보다 차라리 주시는 찻잔을 마셨을 거요”라고 대답했다. 우리 정치지도자들도 이런 정도의 여유와 관용을 지니면 좋겠다.

사실 ‘피, 땀 그리고 눈물’에서 처칠의 모습을 상기하는 사람은 이미 그리 많지 않을 듯싶다. 요즘 대통령 후보들이 큰 관심을 쏟고 있는 2030세대들은 여기에서 오히려 방탄소년단(BTS)의 ‘피 땀 눈물’을 떠올릴 것으로 믿는다. 유튜브에서 10억 회 가까운 조회를 기록한 세계 젊은이들 모두가 열광하는 노래다. 같은 ‘피, 땀 그리고 눈물’이지만, 처칠은 국민에게 그러나 BTS는 달콤한 사랑에게 바친다는 점이 다르다. 우리 대통령 후보들은 처칠과 BTS를 모두 이해해야 하겠지만, 그러나 지도자로서 처칠에게 더 관심 갖길 바란다. 피는 자기희생이다. 땀은 헌신적 노력이다. 그리고 눈물은 국민 모두와의 공감이다.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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