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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김도연 칼럼]새 정부가 다시 새겨야 할 교육의 가치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21-12-30 03:00업데이트 2021-12-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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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통령은 먼 미래 조망해야
교육이 30년 뒤 대한민국 결정할 것
개인 특성과 다양성이 절대 가치인 시대
지금 수능으론 창의력 배양 어려워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2021년이 저문다. 코로나19로 작년에 이어 계속 고통받은 한 해였다. 세모(歲暮)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그러나 과거보다 훨씬 더 의미가 있는 것은 미래임에 틀림없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는 것은 좀 더 밝은 미래를 가꾸기 위함이다. 새해에는 무엇보다도 바이러스를 제압하고 아울러 서로를 보듬는 따뜻한 사회를 이루면 좋겠다.

3월에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름할 대통령 선거가 있다.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인 선거에 관심을 갖고 이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쉬운 점은 이 중차대한 행사가 국가 미래에 대한 토론의 장(場)이 아니라 한판의 커다란 편싸움 같다는 사실이다. 부동산, 특검 그리고 후보 및 주변 사람들의 지난날 행적이 주요 이슈다. 선거 뉴스는 아예 보고 싶지 않다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정부 일에 관심 갖지 않으면, 결국 멍텅구리들이 지배하는 고통스러운 세상에 살게 된다”는 이야기를 되새겨야 한다. 그리스 고대 철학자 플라톤의 가르침이다.

새해에 선출될 대통령은 항상 비평을 받아들이고 칭송을 경계하면 좋겠다. 그리고 대통령직은 5년으로 끝나는 일이며 영원한 권력은 없다는 사실을 항상 가슴에 새기면 더욱 좋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먼 미래를 조망하며 나라를 이끌어야 할 것이다. 1년 준비는 곡식을 심는 일이고, 10년 준비는 나무를 심는 일이지만 100년 준비는 사람을 기르는 일이라 했다. 특히 대한민국은 인재가 국가 경쟁력의 모든 것이다. 지금의 교육이 30년 후 그리고 100년 후의 대한민국을 결정할 것이다.

우리 정치가 이미 벗어났어야 할 이념 투쟁의 틀 속에서 구태를 답습하고 있는 것처럼, 실은 교육도 마찬가지다. 오늘의 인류는 지난 200∼300년의 산업문명 시대를 넘어 디지털문명 시대로 진입하는 대전환의 시기를 살고 있다. 산업 시대의 최고 가치는 같은 품질의 제품을 효율적으로 대량 생산하는 것이었으며 이는 인재 양성, 즉 교육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획일적인 교육과 기계적 평가로 규격화된 인재를 양산했다. 대학은 전공별로 잘게 나뉘어 각 산업 분야에 유용한 부품을 생산하듯 사람을 키웠다.

그러나 이제는 개인의 능력과 특성이 중요하며 다양성이 절대적 가치를 지니는 시대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지식과 정보를 찾을 수 있고, 또 이를 통해 지구촌 모두가 서로 연결되는 디지털 세상이다. 우리 청소년들이 살아갈 21세기는 지난 산업 시대와 전혀 다를 것이다. 특히 교육 분야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이런 전환을 급작스럽게 맞았는데, 이에 대한 우리의 대처는 매우 미흡하다. 대면 교육을 비대면으로 바꾸는 단순 전환이 아니라 총체적 혁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급한 것은 전국의 수험생들을 객관식 평가로 한 줄 세우기 하는 수능 제도의 개편이다. 21세기 인재 교육의 핵심은 창의력 배양인데, 이는 다섯 개 주어진 보기에서 정답을 찾는 것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창의력은 정답이 아니라 해결할 문제를 찾는 힘이다. 소위 변별력을 위해 배배 꼬인 문제들로 가득한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는 반복학습을 거듭하는 사교육이 효율적이다. 학생들이 학원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최근 영국 BBC 방송은 한국의 수능을 “세계에서 가장 고달픈 시험 중 하나”라고 소개했는데, 거기에 올라온 한 여학생의 다음과 같은 인터뷰에 가슴이 아팠다. “우리는 하루 종일 학원에 있는 것 같다. 내일도 똑같은 하루를 보내고, 주말에는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너무 힘들고 지친다. 울고 싶을 때도 많고 다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다.” 학생들의 이런 절규가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나. 이는 꽃 같은 우리 학생들이 처해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수능은 우리 젊은이들의 창의력은 깎아 내리지만 역설적으로 인내력 함양에는 기여하는 듯싶다.

그런데 2년 전, 정부는 느닷없이 ‘대입 공정성 강화’를 발표하면서 수능의 비중을 더 높였다. 법무부 장관 후보 청문회에서 부각된 범죄 행위를 엉뚱하게도 대입 제도 자체의 문제로 치부하며 여론을 돌린 것이다. 우리 대학입시 제도는 이렇게 정부가 정치적 어려움에 처한 경우, 그 돌파구 마련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면서 문제에 문제가 더해졌다. 새 정부는 교육 그 자체에 진실한 관심과 비전을 지녀야 한다. 교육은 정치를 위한 도구가 아니다.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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