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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사법농단’ 또 무죄… 법원도 문제 있지만 檢 기소는 잘못됐다

입력 2021-11-27 00:00업데이트 2021-11-27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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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동아일보DB
대법원이 그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판사 3명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2016년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 당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였던 조의연, 성창호 부장판사는 법관의 비리가 포함된 검찰의 수사 기록 등을 신광렬 당시 형사수석부장판사에게 보고했고, 신 부장판사는 이를 상부에 보고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원심은 이들의 행위를 직무 수행의 일부로 판단했고, 대법원도 이를 인정한 것이다.

검찰은 2018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비롯해 전·현직 판사 14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들 가운데 지난달 대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포함해 지금까지 총 4명의 무죄가 확정됐다.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 등 4명도 1심 또는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검이 특별수사팀까지 구성해 대대적으로 수사를 진행했는데도 기소된 사람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무죄가 확정됐거나 하급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이다.

물론 사법행정권 남용 전체가 면죄부를 받은 것은 아니다. 법원은 신 부장판사에 대해 “허용되는 내용의 범위를 넘어서 정보를 취득하기는 했다”고 지적했다. 범죄는 아니지만 통상의 범위를 넘는 정보도 일부 보고받았다는 것이다.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 등 2명은 소송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이 수사에 나서기 전에 법원 자체적으로 적절한 조치를 했어야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양 전 대법원장 등 수뇌부 4명은 오히려 재판 개입을 주도하고 판사 비위를 은폐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래서는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받기 어렵다.

그렇다고 무더기 무죄 판결을 초래한 검찰의 책임이 가벼워지지는 않는다. 신 부장판사 등이 보고를 주고받은 내용은 이미 외부에 알려진 것이 많아서 비밀로 볼 수 있을지 논란이 있었지만 검찰은 기소를 밀어붙였다. ‘적폐청산’ 바람에 편승해 무리하게 기소를 했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사법행정권 남용에 연루돼 기소된 법관들은 판사직에서 물러나거나 재판에서 배제되는 등의 불이익을 받았고 명예가 크게 실추됐다. 잘못된 검찰권 행사는 이처럼 돌이키기 어려운 피해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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