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김윤종]‘기후악당’ vs ‘기후천사’ 이분법 버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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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고 기후총회 존슨 총리 발언 논란
낙인찍기보다는 현실적 합의 찾아야

김윤종 파리 특파원
김윤종 파리 특파원
지난달 31일부터 2주간 일정으로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리고 있다. 이번 총회는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각국이 탄소감축 목표치를 발표하기로 약속한 자리다.

‘인류의 미래를 바꿀 총회’란 기대 속에 각국의 탄소 정책 못지않게 개최국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57)가 화제에 올랐다. 그의 발언들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 29일 지구온난화를 축구 경기에 비유해 “기후변화라는 막강한 적과 싸우고 있고, 현재는 하프타임에 1-5로 뒤지고 있다”고 말했다.

1일 정상회의 개막식에서는 “기후변화 지구종말 시계는 자정 1분 전”이라며 “폭탄이 똑딱거리고 우리는 이를 막아야 할 (007) 제임스 본드”라고 했다. 2일에는 “종말시계 폭탄 처리반을 가동해 전선을 자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들에 대해 ‘기후변화를 공감하기 쉽게 부각시켰다’란 긍정 평가가 있는 반면에 일간 인디펜던트는 “젊은층 지지율을 높이려는 정치 전략”이라고 깎아내렸다.

존슨 총리의 과거 발언들을 찾아봤다. 2019년 7월 총리 취임 후로는 기후변화에 부정적 발언은 없었다. 하지만 언론인 출신인 존슨 총리의 과거는 달랐다. 일간 텔레그래프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던 2015년 12월 기고문에서 “세계 지도자들은 기후변화가 인간에 의해 야기된다는 두려움으로 움직이지만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2006년 주간지 스펙테이터에는 “풍력발전소가 풍경을 엉망으로 만든다”며 친환경 에너지에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존슨 총리가 2일 정상회의 후 런던 내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탄소배출량이 많은 전용 제트기를 타자 환경단체들은 시위에 나서 “존슨은 ‘기후악당’”이라고 비판했다. 개인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다만 ‘선악 구도’까지 대입해 지구온난화를 해결하려는 태도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번 COP26에서는 온난화 주범인 메탄 30% 감축, 석탄 화력 발전 2040년 폐지 서약이 추진됐다. 나라마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참가국이 적었다. 서약하지 않은 국가들 역시 ‘기후악당’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올가을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세계 곳곳에서 기업은 물론이고 서민들까지 고통을 호소했고, ‘탈(脫)탄소 속도 조절론’이 제기된 것이 현실이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신다고 해도 원두 생산, 배송 과정 등에서 탄소 500g이 발생한다. 시민 1명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일회용품을 안 써도 하루 10kg 안팎의 탄소를 배출한다. 소나무 한 그루가 1년간 흡수하는 탄소량(6kg)보다 많다.

폭염, 홍수 등 극한기후 피해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친환경 에너지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러나 어느 한쪽을 ‘악(惡)’으로 규정하는 방식은 개인의 생계, 기업과 국가의 경쟁과 생존이 첨예하게 얽혀 있는 에너지, 기후대응 정책에서 적절한 합의점을 찾기 어렵게 만든다. 남은 COP26 기간에는 악당이나 천사로 구분 짓기보다는 상대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고, 작은 부분이라도 합의점을 찾아가면 어떨까. 그런 의미에서 존슨 총리의 변화는 위선이라기보다는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보고 싶다.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
#cop26#틴소감축#기후악당#기후천사#이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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