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느끼고, 한국어 익히고… 시장의 매력[벗드갈의 한국 블로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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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
‘진짜 한국’의 모습을 궁금해하는 외국인 친구들에게 추천하는 장소 중 하나가 전통시장이다. 전통시장은 한국의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여러 사람을 만나고 한국인의 생활에 대해서도 파악할 수 있는 곳이다. 또 다양한 물건을 마트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볼거리가 많은 것도 매력이다.

무엇보다 내가 전통시장을 좋아하는 것은 한국인 특유의 ‘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현대인들은 스마트폰에 익숙해져 사람들과 직접 말로 의사소통하는 것보다 모바일 메신저나 문자를 보내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갈수록 개인주의도 심화되고 있다는 걸 느낀다. 요새는 일 때문에 알게 된 상대에겐 사적인 질문을 하는 게 실례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가벼운 질문도 하기 꺼려진다. 서로 무심해진다는 느낌도 든다. 비단 한국뿐 아니라 많은 나라들의 공통된 현상인데, 때로 이런 지나친 개인주의가 아쉬울 때가 있다. 그런데 내게 전통시장은 아직 사람들 사이의 정이 살아있는 곳처럼 느껴진다.

전통시장은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이라면 꼭 가야 할 곳이기도 하다. 대형마트와 달리 시장에서는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 실제로 나는 한국어를 배우는 지인들에게 언어를 쉽게, 돈 안 들이고 배울 수 있는 곳이 바로 전통시장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한국에서 오래 살았음에도 말하기 실력이 부족한 이들은 매일 시장에 가라고 권한다. 언어가 늘려면 많은 사람과 상황을 접하는 게 중요한데, 시장은 그게 가능한 최적의 장소다. 시장 상인들은 외국인을 편하고 너그럽게 대하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진 분들이다. 실제로 나는 길거리에서 나물을 다듬으면서 장사를 하고 계시는 할머니들과 친근한 대화를 나눴고, 그런 경험들이 한국어 실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나는 집에서 가까운 서울 관악구 중부시장을 주로 이용한다. 시장에서 물건만 파는 게 아니다. 한국의 옛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전통공예, 동양화 전시회가 열리는 등 시장을 오가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게 많아서 좋다. 이처럼 각 지역 전통시장들이 각각의 특색을 갖고 시장 공간을 색다르게 활용하는 문화가 확대되면 더 좋을 듯하다.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시장 규모가 어느 정도 커야 하고 계속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야 가능할 듯하다.

그런데 요즘에는 마트나 온라인쇼핑이 발달하며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고 해서 안타깝다. 얼마 전 개인 소셜미디어 계정에 한국의 전통시장과 관련한 게시글을 올렸다. 한국에 사는 많은 외국인들이 전통시장을 저렴하게 이용하는 방법을 잘 모르다 보니 전통시장상품권에 대해서 소개를 했는데 매우 반응이 좋았다. 전국 어디서나, 대부분의 동네에서 전통시장을 접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용률이 낮은 데는 대면으로 소통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와 함께 이 같은 장점이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마트나 온라인쇼핑과 달리 직접 물건을 날라야 한다는 게 시장의 단점으로 꼽혔지만 최근에는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도 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전통시장이 마케팅 타깃을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으로 잡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기 전에는 주로 외국인 관광 명소라고 하면 서울 남대문시장을 떠올렸다. 그만큼 전통시장은 확실히 한국을 좋아하는 외국인들에게 매력 있는 장소가 맞는 듯하다.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는 전체 인구의 4.4%라고 한다. 이들은 보통의 한국 젊은이들보다 한식을 더 좋아하고 집밥도 잘해 먹는 편이다. 특히 외국인이 밀집된 지역에 있는 시장이라면 외국인 대상 마케팅을 강화하는 게 어떨까.

마트와 온라인쇼핑을 쉽게 이용할 수 있겠지만 좀 더 피부에 닿는 한국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게 시장 아닌가. 이렇듯 많은 외국인들이 전통시장에서 한국을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
#전통시장#진짜 한국#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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