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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교사 채용권까지 박탈 나선 與, 사학 존재 부정하겠단 건가

입력 2021-08-21 00:00업데이트 2021-08-21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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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를 개의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 사립학교 교사 채용 과정의 일부를 시도교육감에게 위탁하는 내용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그제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했다. 개정안은 신규 교원을 채용할 때 공개 전형에 필기시험을 포함하고, 이를 시도교육감에게 위탁하여 실시하도록 하는 의무 조항을 신설했다. 현재는 학교가 직접 채용하거나 교육청에 위탁하는 것 중 선택이 가능한데 앞으로는 필기시험 위탁을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여당은 사립학교의 교원 채용 비리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수도 있는 권위주의적인 발상이다. 일부 사립학교의 채용 비리 사건이 큰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 건 사실이다. 교사 채용 비리는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엄단해야 한다. 그러나 채용 비리는 엄정한 수사 및 형사 처벌, 해당 학교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제재 등을 통해 막는 게 순리다. 일부 사학의 잘못된 행태를 빌미로 모든 사학의 교사 채용권까지 획일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시대착오가 아닐 수 없다.

사학은 교육의 다양성 차원에서 최대한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 비리 사학은 철저히 걸러내되 정상적인 사학은 고유의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독려하는 게 맞다. 그렇잖아도 사학은 학생 모집과 교육과정 편성 등에서 자율성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남은 교사 채용권까지 시도교육감의 통제 아래 두겠다니 “차라리 국가가 정당한 가격에 사학을 인수하라”는 성토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이런 식이면 공립과 사립의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여당은 1단계 필기시험만 위탁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이다. 이 조항이 사립학교의 교사 채용권을 박탈하기 위한 신호탄이 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실제로 경기도교육청은 지난달 도내 사립학교에 신규 채용의 전 과정을 위탁하는 학교에만 교원 인건비 보조금을 지원하겠다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필기시험 의무 위탁 조항이 없는데도 재정난 등으로 인건비 지원에 목매는 사립학교를 압박한 사례다. 필기시험 위탁 조항까지 생기면 채용과정을 전부 위탁하라는 다른 시도교육청들이 줄을 이을 공산이 크다. 사학 재단도 뼈를 깎는 자정 노력에 나서야겠지만, 일부 사학의 채용 비리를 내세워 사립학교의 존립 근거까지 뒤흔드는 것은 국가 교육 발전 차원에서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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