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배수강]국민의 성취로 이룬 國格, 누가 떨어뜨리고 있나

배수강 신동아팀 차장 입력 2021-07-22 03:00수정 2021-07-22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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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강 신동아팀 차장
아프리카 해역에 파견된 청해부대 ‘최영함’과 해군특수전여단(UDT/SEAL)은 ‘아덴만의 영웅’으로 불리며 세계 최강 군대로 이름을 날렸다. 2011년 1월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을 구출하기 위해 ‘아덴만의 여명’ 작전을 펼쳐 8명의 해적을 사살하고 5명을 생포한 전공을 세웠다. 무엇보다 선원 21명을 무사히 구출하면서 박수를 받았고, 국민에게 왜 국가가 존재하는지를 일깨워 준 계기가 됐다. 교전 중 복부 관통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이 응급 수술을 받을 때는 온 국민이 그의 건강 회복을 기원하며 하나가 됐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2021년 7월,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 승조원 301명이 작전 중 배를 버리고 귀국하면서 아덴만의 영웅들은 졸지에 ‘해군의 오욕사’로 전락해 버렸다. 목숨을 건 전투에서의 패퇴도 아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부대원 270명이 감염되면서 공군 공중급유수송기를 타고 퇴각한 것이다.

5개월간 ‘노(No) 백신’ 상태로 장병들을 ‘코로나 지옥’에 방치한 군과 방역당국의 직무유기에 국민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더불어 ‘아덴만의 영웅들’과 삼국통일의 대서사시를 쓴 문무대왕에 대한 국민들의 자부심도 무너졌다.

따지고 보면 인류 역사에서 전염병은 전쟁보다도 무서운 공포였고, 전투로 인한 사망자보다 전염병에 희생된 병사가 더 많았다. 임진왜란 때에도 조선 수군이 전염병에 걸려 하루에 200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그러나 20세기 현대전 개념이 도입된 이후에는 전염병으로 인한 ‘비전투 손실’은 찾아보기 어렵다. 백승주 전 국방부 차관은 “전염병으로 임무 수행을 못 하고 철군하는 경우는 청해부대가 창군 이래 처음일 것”이라며 “강력한 대한민국 해군이 국제적 망신을 당하고 장병 건강이 위협받는 데 대해 지휘자인 합참의장과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면밀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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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북한이 동의한다면 백신 공급 협력을 추진하겠다’던 군 통수권자는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며 군을 질책한다.

청해부대 장병들의 부모 세대인 50대는 정부의 ‘백신 접종 예약 사이트’가 수차례 ‘먹통’이 되면서 ‘정보기술(IT) 강국 코리아’에 대한 자부심에 상처를 입었다. 사이트 접속 대기에 수백 분이 걸리고, ‘해당 시기 접종 대상자가 아니다’라는 황당한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접속이 언제 끊길지 모르는데도 ‘여유 있는 시간대에 접속해 차분히 기다려 달라’는 당국의 설명에 실소(失笑)한다. 컴퓨터 시간 설정을 바꾸고 휴대전화를 ‘비행기 모드’로 설정하는 등 ‘우회 접속 방법’을 연구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성과를 설명하며 “대한민국의 달라진 위상과 국격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국민들의 위대한 성취” “한국은 세계적인 방역 모범국가로서 K방역은 국제적 표준이 됐다”고 했다. ‘국제적 표준’은 차치하더라도, 누가 국민들의 자부심에 상처를 내고, 누가 국민들의 위대한 성취로 이룬 국격을 떨어뜨리는가.

배수강 신동아팀 차장 bsk@donga.com



#성취#대통령#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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