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일대일로 맞불 놓기

송평인 논설위원 입력 2021-06-09 03:00수정 2021-06-0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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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는 늘 맞수가 있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그리스와 페르시아가, 고대 로마 시대에는 로마와 카르타고가 맞수였다. 프랑스 혁명 후 나폴레옹 시대에는 프랑스가 서쪽으로는 영국, 동쪽으로는 러시아와 맞붙었다. 프랑스의 세력이 약화되자 독일이 유럽 대륙의 새 강자로 부상해 두 차례 세계대전의 불씨로 자라는 가운데 중동과 아시아에서는 영국과 러시아가 충돌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는 미국과 소련이 맞수였다. 오늘날은 미국과 중국이 맞붙고 있다.

▷중국은 동쪽과 남쪽으로 태평양에 면해 있고 북쪽과 서쪽으로 유라시아 대륙에 이어져 있다. 청나라 때는 바다 쪽 방어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해방파(海防派)와 대륙 쪽 방어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새방파(塞防派)로 나눠 다퉜다. 수세적이었던 청나라와는 달리 오늘날의 굴기하는 중국은 바다 쪽으로는 군사력을 앞세워, 대륙 쪽으로는 경제력을 앞세워 진출하고 있다. 후자가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이다.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중국 자금을 대고 인프라 건설 등을 지원해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으로 중국의 서진(西進)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군사적 동진과 남진은 일본과의 센카쿠 열도 충돌,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난사군도 충돌로 나타났다. 홍콩 접수와 대만 위협은 중국의 군사적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적 진출을 막기 위해 일본 호주 인도와 인도태평양 동맹을 강화했다. 미국은 그동안 자국과 관련되지 않는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에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일대일로 정책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5일 일간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세계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은 중국에 대한 높은 수준의 대체재(代替財)를 제공할 것”이라며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선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세계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은 주요 7개국(G7)을 말한다. 11∼13일 영국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 일대일로에 대한 대체재로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G7의 협조융자 시스템이 논의될 것이라고 외신들이 보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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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냉전 시대에 소련과 동유럽 국가를 향해 봉쇄 정책을 폈다. 소련과 동유럽 국가가 군사적 경제적으로 자신들의 영역 밖으로 진출하지 못하게 막은 것으로 궁극적으로 공산권의 몰락을 초래했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동맹과 함께 중국의 경제적 서진에도 맞불을 놓기로 한 것은 중국을 동쪽 남쪽 서쪽에서 유연하게 봉쇄하는 신(新)봉쇄 정책에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 세계는 점점 더 깊이 신냉전 시대로 빠져들고 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맞수#신봉쇄정책#신냉전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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