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기자의 對話]“당 개혁하면 尹오지 말라 해도 올텐데 러브콜만 하니…”

이진구 기자 입력 2021-06-01 03:00수정 2021-06-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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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 국민의힘 비대위원 겸 전대 선관위원
김재섭 비대위원은 “혁신 차원에서 당 정강정책에 4선 연임 금지 조항을 넣겠다고 기자회견까지 했는데 당내 반발로 철회한 게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선수에 상관없이 현재 의원들은 모두 초선으로 간주해주기 때문에 2032년 24대 총선에서야 적용되는 규정이다. 투표로 부결된 것도 아니고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이진구 기자
《열흘 후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활동을 종료하고 바통을 차기 지도부에 넘긴다. 김종인 비대위로 불린 국민의힘 비대위는 4·7 재·보궐선거 승리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근본적인 내부 개혁에는 미흡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김재섭 국민의힘 비대위원 겸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34)은 “반사이익으로 이기다 보니 재·보선 승리가 오히려 독이 된 면도 있다”고 말했다.》

―어떤 면에서 독이 됐다는 건가.

“선거에서 이기자마자 탄핵이 잘못됐다는 소리가 나오더라. 탄핵 부정은 재판 불복이고 법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사면 요구도, 선거가 끝나자마자 가장 먼저 해야 할 말은 아니었다. 국민들이 문재인 정권을 심판한 게 박근혜 정권이 잘했다는 뜻은 아니지 않나. 더불어민주당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재수사 주장이 나왔을 때 우리는 ‘왜 끝난 판결을 다시 끄집어내 정치적으로 이용하느냐’고 비난했다. 뭐가 다른지…. 더 놀란 건 서병수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탄핵을 부정하는 말을 했는데도 당 안에서 아무런 지적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내가 비대위 회의에서 말했더니, 아… 하루에 전화가 100여 통씩 날아오는데 욕을 하며 뭘 알고 까부느냐고 하더라. 그러다 보니 당이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전대에서 민심 반영 비율을 30%만 하기로 한 이유가 뭔가.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큰 게 문제라고 늘 얘기하면서….

주요기사
“첫 선관위 회의에 들어갔더니 ‘이게 정당이냐?’ ‘당원들에게 부끄러워서 (7 대 3은)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더라.” (민심 반영 비율이 너무 낮아 부끄럽다는 뜻인가?) “그 반대로 당의 주인은 당원들이니 9 대 1, 10 대 0으로 해야 한다고. 일반 여론조사는 하지 말자는 뜻이다.” (누가?) “영남 쪽 의원들인데 정당에 당원들이 왜 있느냐 이러면서….”

―자칫했으면 9 대 1이 될 수도 있었다는 건가? 반대는 없었나.

“5 대 5 주장도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토론을 좀 하다가 현재 당헌당규에 있는 7 대 3으로 지도부에 올리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는 7 대 3에 동의한 적이 없으니 선관위원 전부가 동의했다고 하지 말고 반대 의견이 있었다고 명기해 달라고 했다. 더 이상은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룰을 바꾸기에는 시간이 없었다고도 하던데.) “당헌당규를 바꾸려면 전국위원회를 열어야 하는데, 개최 3일 전에만 공고하면 된다. 오늘 비대위가 의결하고, 내일 공고하면 길어도 일주일 안에 할 수 있다. 선관위가 늦게 발족됐지만 시간이 없었던 건 아니다. 바꾸기 싫은 거지. 말은 젊은층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하지만 지금 당 구조로는 민심, 특히 20, 30대 의사는 반영되기가 거의 어렵다.”

―비대위가 성과도 있지만 비판받을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재·보선에서 가덕도 신공항에 한일 해저터널까지 공약했는데.

“해저터널은 정말 할 말이 없고 선거 때문에 휩쓸려 갔는데 무리한 공약이었다고 생각한다.” (비대위원 될 때 인터뷰에서 정의롭지 않다고 느낀 것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던데.) “(그 공약에) 반대하지 못했다. 좀 비겁했는데, 변명이지만 선거에 영향을 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다.” (선거 때문이라면 다른 당의 포퓰리즘은 왜 비판했나.) “…논리가 안 되긴 한다.”

※2019년 정부가 24조 원 규모의 국책사업에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면제하자 당시 자유한국당은 ‘총선을 겨냥한 매표 행위’라고 비난했다. 반면 올해 4월 부산시장 보선을 앞두고는 민주당보다 먼저 예타를 면제해주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했다.

―그러다 보니 젊은 비대위원들이 눈치만 본다는 말도 나왔다. 헬스장 같은 다소 작은 사안만 이야기한다고….

“정국 상황이나 우리 당 비판을 안 한 건 아닌데 힘이 실리지는 않았다. 아직 잘 모르다 보니 깊이가 없었고 그러다 보니 스스로 자신이 좀 없어졌다. 헬스장 문제는… 여의도에서는 정치적으로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데 20, 30대는 중요하게 보는 것들이 있다. 젠더 문제도 그중 하나다. 젊은층을 대상으로 여러 통계를 분석한 적이 있는데 젠더 문제가 1등이었다. 안보·대북 문제보다 8배 이상 관심이 높더라. 젊은 세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다 보니 그렇게 보인 것 같다.”

김재섭의 말·말·말
“탄핵 부정은 재판 불복”(4월 20일 대정부질의에서 탄핵 부정 발언이 나오자)

“국민들이 ‘저 당 이제 먹고살 만한가 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재·보선 승리 후 오세훈, 박형준 시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직 대통령 사면을 요청하자)

“돌아오면 우리 당의 꼰대력이 평균 10% 상승할 것”(홍준표 의원 복당 관련)

“당비보다 국고보조금을 더 받는데 당원만의 정당이라 할 수 있나”(본보 인터뷰 중)


―홍준표 의원의 복당 문제도 뜨거운 감자인데 비대위에서 논의가 좀 됐나.

“서울시당에서 요청서를 올렸는데 그냥 계류 상태다. 사무총장과 원내대표가 협의해 비대위 회의에 올려야 하는 걸로 아는데 아직 안 올라왔다.” (홍 의원은 빨리 받아 달라고 하는데.) “지금 비대위에는 홍 의원 복당에 반대하는 기류가 많다. 당 규정상 만약 올렸다가 부결되면 1년 후에야 다시 신청할 수 있다. 그래서 정치적으로 예민하고 전대도 얼마 안 남았으니까 차기 지도부가 결정해야 한다고 보고 미루는 것 같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 “결국 누가 뭐래도 공천에 불복해 탈당한 것 아닌가. 그리고 자꾸 탄핵 직후 당 지지율이 턱없이 떨어졌을 때 총대를 메고 대선에 나가 당을 살려놨다고 하는데, 오히려 그때 더 많은 국민은 우리 당이 반성 차원에서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때 후보를 안 냈다면 이후 총선, 지방선거 등에서 4연패는 안 당했을 거다.”

―비대위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문제를 언급했다가 시민단체로부터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했던데….

“지역구인 도봉구에 한일병원이 있는데 지역에서 거의 유일한 대형종합병원이라 위상이 굉장히 크다. 그때 조 전 장관 딸이 이 병원 인턴에 합격했다고 기사가 났는데 주민들이 많이 불안해했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인턴이라도 어떤 식으로든 그가 자기 진료에 관여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회의에서 딱 한마디 했다. 한일병원에 소위 ‘무자격자’로 불리는 조 전 장관 딸이 온다고. 거의 1년이 넘게 조 전 장관의 딸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았나. 공익적인 목적으로 세간의 평을 전했을 뿐인데, 그게 왜 명예훼손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왜 조 전 장관에게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공개 질의를 한 건가. 그가 고발한 것도 아닌데….

“그분이 늘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인용하며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어떤 식으로든 보장돼야 한다고 강의했으니까. 1년 넘게 대한민국을 뒤흔든 사안을 공익적인 목적으로 딱 한마디 했는데 그게 명예훼손에 해당되는지 형법 교수인 조 전 장관에게 물은 거다. 형법 제307조가 명예훼손에 관한 것이다. 명예훼손을 가르치면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언급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고.” (조사는 받았나.) “고발인 조사는 끝난 것 같은데 아직 나오라는 말은 없다.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발됐으니 경찰이 조 전 장관의 딸 문제가 허위인지 아닌지도 밝혀줬으면 좋겠다.”

※조 전 장관은 2010년 6월 오마이뉴스와 4차례에 걸쳐 ‘조국 교수의 법 고전 읽기’를 강의했다. 첫 강의는 밀의 자유론이었고 조 전 장관은 “밀은 남을 해치지 않는 한 개인의 자유는 무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0년 현재 밀의 문제의식은 한국사회에서도 살아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이고, 그때는 이렇게 말했다.

―당 대표 후보들이 모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데려오겠다고 하는데 가능하다고 보나.

“답답한 게, 윤 전 총장을 데려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을 개혁해 그가 ‘저 당에 안 들어가면 대통령이 되기 어렵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들어가는 게 마이너스란 생각이 들면 올까? 윤 전 총장이 오면 당이 바뀌는 게 아니라, 당이 바뀌면 알아서 올 수밖에 없는데… 그건 없고 용광로를 만들겠다, 원탁회의를 만들겠다고 하니 주객이 전도된 것 같다.”

김재섭(34)
서울대 법학부 졸. 청년정당 ‘같이오름’ 대표로 정치를 시작했다. 지난해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에 입당해 21대 총선에서 서울 도봉갑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윤석열#당 개혁#김재섭#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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