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현수]트럼프의 ‘생큐’ vs 바이든의 ‘생큐’ 세번

김현수 산업1부 차장 입력 2021-05-28 03:00수정 2021-05-2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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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산업1부 차장
20일 밤 10시. SK이노베이션과 미국 포드사가 6조 원을 투자해 미국서 배터리 합작사를 만든다고 발표한 뒤 미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콘퍼런스콜(전화회의)을 진행했다. 한미 정상회담 직전에 발표된 투자라 관련 질문이 나올까 싶어 들어봤다.

“공장 부지는 미국 밖이 될 수도 있나요?”

“배터리 합작 공장은 전미자동차노조(UAW)에 가입하나요?”

미국 기자들의 관심은 주로 어느 지역에 어떤 일자리가 생길지에 집중돼 있었다. 한국 대통령의 방미 관련 언급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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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이 끝나고 외신은 이번 정상회담을 어떻게 보나 확인했다. 정상회담 자체보다 삼성, SK, LG 등 개별 기업의 투자를 핀포인트해 관심을 두는 기사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 20조 원 투자는 올 초부터 주요 외신의 취재 대상이었다. 한국의 산업적 위상이 정치적 위상을 압도하고 있다는 말이 실감났다. 한국 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관심은 트럼프 정부 때부터 조짐이 보였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삼성이 미국 세탁기 공장 투자를 공식 발표하기도 전에 트위터에 “생큐, 삼성”을 올리며 ‘미국 투자 독려 시대’를 열었다. 2019년엔 미국에 셰일가스 기반 에탄크래커 공장을 지은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을 백악관에 직접 초대했다. 같은 해 한국에 와서는 전날 헬기를 타고 지나가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시설을 봤다며 “태어나서 본 것 중 가장 큰 건물이다. 직접 가보고 싶다”고 관심을 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생큐”는 더욱 전략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미국 투자를 단행한 4대 그룹 기업인을 일으킨 후 “생큐”를 세 번 외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일자리에 초점을 맞췄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견제를 위한 ‘기술 동맹’의 자원으로 한국 기업을 본다. 미국이 발표한 4개 전략 물자 중 3개인 BBC(바이오, 배터리,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 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이제는 직접 한국 기업을 상대하려는 움직임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반도체 회의에 두 번 연속 삼성전자를 초대하며 우리 정부를 거치지 않고 초청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는 정치적 성격이 강했다. 해외 기업엔 투자를 독려하고, 자국 자동차 업계엔 “우리가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는 메시지를, 의회에는 반도체 지원 법안 통과를 압박하기 위해서란 분석이다. 우리 기업을 직접 미국 정치 무대에 초청한 것이다.

부상하는 한국 기업의 가치를 외교 무대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면 민관이 파트너로서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은 여전히 정부와의 파트너십을 신뢰하지 못한다. ‘한미 정상회담 앞두고는 미국에 투자하라 하고, 한국 내 선거 앞두고는 한국에 더 투자하라고 압박하는 것 아닌가’ 걱정한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파트너 전략이 빛을 볼 수 있다.

김현수 산업1부 차장 kimhs@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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