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이진영]‘강철부대’ 보고 울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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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과 지력으로 극한 대결 펼치는 특수부대들
승패 떠나 부대·동료 위한 희생과 헌신에 감동

이진영 논설위원
이진영 논설위원
채널A ‘강철부대’가 화제다. 특수부대 출신들이 4인 1조로 부대의 명예를 걸고 싸우는 프로그램이다. 유튜브는 특수부대 예비역들의 강철부대 리뷰 영상들로 가득하고, 여성 커뮤니티에도 “어려운 시기에 강철부대 보며 힘을 얻는다”는 리뷰들이 올라온다.

4강 진출이 확정된 부대는 해군특수전전단(UDT), 제707 특수임무단, 육군 특수전사령부(특전사) 3개 팀. 나머지 한 자리를 놓고 해병대수색대, 해군 해난구조전대(SSU), 군사경찰특임대(SDT)가 데스매치를 벌이고 있다. “해병이 추워?” 같은 허세로 테스토스테론을 뿜어대는 군대 예능이지만 투지와 전우애 가득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주인공은 UDT다. 싸움을 걸어오면 피하는 법이 없다. 다음 대결을 위한 체력 안배 따위도 하지 않는다. 꽃미남 육준서 대원(26·하사)이 후방 포복으로 철조망 펜스를 통과해 40kg 타이어를 메고 500m를 내달린 후 10m 외줄을 타고 오르다 떨어진다. 종합격투기 선수인 김상욱 대원(29·병장)은 타이어 격투전에서 혼자 4명을 상대한다. UDT가 가장 UDT다웠던 장면은 대테러 작전의 경쟁 상대로 대테러 전문이자 강력한 우승 후보인 707을 택했을 때다. UDT는 무모한 결정의 대가로 패배했다가 데스매치에서 아슬아슬하게 살아 돌아온다.

UDT의 라이벌 707부대는 폼 잡느라 헛심을 쓰는 법이 없다. 약한 팀을 골라 안전한 승리를 챙긴다. UDT는 승패를 가르는 본 미션에 앞선 사전 미션에서 현란한 개인기와 극적인 사투를 보여주지만 707은 일부러 지거나 기권하면서 체력을 비축한다. 특수부대 예비역들은 “부대 명예가 있지” “창피한 줄 알아라”며 비난해도 지금까지 본 미션 전승 기록을 보유한 부대는 707이 유일하다. 그들의 구호는 이거다. “결과로써 과정을 입증한다.”

특전사는 리더가 출중하다. 트로트 가수인 박준우 대원(36·상사)은 레바논에 파병됐던 부사관 출신으로 지형을 살피고 조류의 변화를 읽는 지략가다. 그의 리더십이 빛났던 순간은 평균 몸무게가 10kg 더 나가는 SSU 덩치들을 해치운 육탄전이 아니다. 대테러 연합작전을 위해 707과 부대 단일화 협상을 할 때였다. 그는 “대테러 작전이니 707이 주도하라”며 자신의 출전권을 포기하면서 단일화를 성사시킨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는 것이다.

주인공 못지않은 신스틸러는 최약체인 SDT다. 리더인 김민수 대원(31·병장)을 빼면 평균나이가 23.6세로 가장 어리고, 병 출신으로만 구성돼 전략과 전술 역량도 떨어진다. 대부분 미션에서 꼴찌를 하는데 데스매치 때마다 어찌어찌해서 살아남는다. 40kg 군장으로 10km 산악행군을 하는 데스매치를 하게 된 SDT. 어깨 부상을 입은 대원의 발이 느려 탈락이 확정된 순간, 이들은 놀랍게도 아픈 어깨와 쥐가 난 다리로 실익 없는 완주를 선택한다. 부상 입은 대원의 군장을 리더가 대신 짊어지고, 이 대원은 미안한 마음과 머리로 리더의 뒤를 밀며 행군을 마친다. 보는 사람들은 펑펑 우는데 SDT는 웃는다. 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라면서.

강철부대의 결말은 예측불허다. 명예로운 정면승부로 수차례 탈락의 고비를 넘겼던 UDT가 최종 승자가 된다면 가장 극적인 피날레가 될 것이다. 707이나 특전사의 우승은 무난한 결말이다. SDT가 우승하기까진 허들이 너무 많다. 그래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악으로 깡으로 버티며 완주하는 청년들에게 시청자들은 가장 뜨거운 박수를 보낼 것이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강철부대#눈물#특수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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