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칼럼]문 대통령은 왜 ‘親美·反中’으로 돌변했나

김순덕 대기자 입력 2021-05-27 00:00수정 2021-05-2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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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만 해도 중국夢 빠졌던 文
한미정상회담에선 “美와 비전 공유”
남북대화 재개 위한 전술적 표변
동맹 흔드는 외교참사 시작됐다
김순덕 대기자
미국서 문재인 대통령이 ‘전향’을 한 것 같다. 2003년 5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첫 한미 정상회담 직전에 “53년 전 미국이 우리 한국을 도와주지 않았다면 저는 지금쯤 정치범수용소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해 국내외에 충격을 안겼다. 문 대통령의 돌변은 그때처럼 놀랍고 생경하다.

한 달 전 중국 보아오포럼에서 구동존이(求同存異)가 글로벌 거버넌스의 중요 가치와 원칙이라고 했던 문 대통령이다. 구동존이는 1955년 중국 저우언라이가 미(美) 제국주의 반대를 기치로 열린 반둥회의 연설에서 한 말이고, 중국공산당은 자기네 정치구호를 따라하는 표태(表態)를 충성맹세로 본다.

21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은 양국이 ‘국내외에서 민주적 규범, 인권과 법치의 원칙이 지배하는 지역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삼권분립 등 민주적 규범이 무너지고, 친문세력의 인권만 중시하며, 청와대는 치외법권의 원칙이 지배하는 국내에선 반갑고 고맙기 짝이 없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마침내 중화제국의 중국몽에서 깨어났다고 나는 혼자 만세를 불렀다.

그런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어제 5개 정당대표 초청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8월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해 “대면 훈련이 여건상 어렵다”며 사실상 반대를 밝혔다. 올 초 북한 김정은이 “3년 전 봄날로 돌아가려면 한미 군사연습을 중지하라”고 협박한 대로 굴종하겠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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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한국군 55만 명을 콕 찍어 코로나19 백신 제공을 밝힌 건 한미 훈련을 위해서라고 봐야 상식적이다. “한국군뿐 아니라 미군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 것만 봐도 안다. 북핵과 맞서는 장병들에게 오징어 없는 오징어국이나 먹이는 대통령이 대한민국 안보뿐 아니라 한미동맹에서도 핵심인 한미 훈련을 컴퓨터게임으로 격하시키는 형국이다.

그러고 보니 문 대통령이 왜 돌연 친미·반중으로 전향한 표태를 보였는지 이제 알겠다. ‘그놈의 남북대화’를 노려서다.

미국 측에 정통한 전문가에 따르면, 한국은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 작업 때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 등 중국의 신경을 건드리는 문구를 막판까지 거부하다 미국서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삽입에 동의하자 즉각 반대를 철회했다고 한다. 결국 문 대통령한테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자유민주 가치와 국제질서보다 북한 김정은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기회는 공평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 식의 내 귀에 캔디 같은 말로 국민을 속여 집권한 건 그래도 내 나라 안에서 벌어진 참사다. 한미 공동성명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외교 참사는 벌어지기 시작했다. ‘조건에 입각한 전시작전권 전환에 확고한 의지’를 놓고 딴소리하고 “대만해협 언급은 원론적 내용”이라며 깎아내리는 한국을 국제사회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로 볼지 의문이다.

문 대통령이 대체 왜 그렇게 남북대화에 집착하는지는 더 궁금하다. 선거를 위해서라면 차라리 낫겠다. 문 정권을 종북굴중혐미반일(從北屈中嫌美反日)로 규정한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는 북한에 민족적 정통성을 둔 것으로 읽힌다고 했다. ‘남쪽 대통령’이어서 대한민국 아닌 북한에 민족의 이익이 있다고 믿는다면, 모골이 송연할 판이다.

이런 분위기를 미국이 모를 리 없다. 바이든 행정부가 4월 발표한 대북정책에는 기존의 ‘북한 비핵화’ 목표가 ‘한반도 비핵화’로 달라져 있다. 외교부 장관 정의용은 같은 뜻이라고 강변했지만 국민을 개돼지로 아는 소리다. 한반도 비핵화는 주한미군 철수, 핵우산 폐기까지 의미하는 북한 선호 용어다. 미국이 한국의 신뢰성에 의문을 품고 ‘향후 양보를 위한 포석’으로 표현을 바꿨다고 해석될 수 있다는 게 아산정책연구원 차두현 수석연구위원 분석이다. 최악의 경우, 미국은 북한 비핵화를 위해 한미동맹을 포기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선의는 의심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퇴임 1년도 안 남은 대통령이 국가 운명을 뒤흔드는 ‘통치행위’를 하는 건 온당한가. 마르크스주의를 공부하는 과천연구실은 “연방제 통일이 문 정부의 진정한 목표라는 악의적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고 ‘문재인 정부 비판’에 썼을 정도다.

그리고 이렇게 경고했다. “만에 하나 이 주장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정권교체 이후 문 대통령과 핵심 인사들은 ‘내란음모죄’로 고발·처벌될지도 모를 일이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
#대통령#한미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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