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선거는 여당 소속 전임 시장들의 성추행 문제로 치러졌다. 그런데 여당은 선거 원인을 제공했을 경우 자당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당헌을 바꿔 후보를 냈다. 대국민 약속을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지난달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표심은 크게 요동쳤다. 지난 4년간 부동산 대책을 20차례 넘게 쏟아내고서도 집값을 잡지 못한 정책 실패에 대한 국민들의 누적된 불만이 불씨를 키웠다. 여당은 뒤늦게 대국민 사과를 하며 읍소했지만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진 못했다. 부동산 정책의 총사령탑이었던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위선적 행태는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여당이 내곡동 생태탕 논란 등 네거티브 총공세를 폈지만 기울어진 판세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서울과 부산시장 보선 투표율은 56%를 넘겼다. 역대 광역단체장과 국회의원 재·보선 중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야당 시장 임기는 1년 정도에 불과하지만 국민들은 정권 심판의 한 표를 적극적으로 행사한 것이다. 집권 세력이 이번 선거에서 표출된 민의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이번 선거는 야당의 승리가 아니라 정부 여당의 패배다. 정권 심판 여론이 웬만한 이슈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야당이 이번 승리에 결코 자만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야당이 구태를 벗어나 중도층까지 외연을 넓히는 혁신에 매진하지 못하면 민심의 회초리는 언제든지 야당을 향할 수도 있다. 과감한 세대교체와 함께 미래 수권세력에 걸맞은 정책비전도 더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이번 재·보선은 11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이다. 그러나 정권의 향배가 걸린 대선은 차원이 다른 선거다. 관건은 결국 민심이다. 출구조사에서 현 정권에 우호적이었던 2030세대가 이번엔 등을 돌렸듯이 민심은 생물처럼 움직일 것이다. 이제부터 여야가 본격적인 쇄신과 혁신 경쟁의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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