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인사이트]“뮤지컬은 되고 콘서트는 안되고…” 공연 형평성 논란

임희윤 문화부 기자 입력 2021-04-05 03:00수정 2021-04-0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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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허가기준 놓고 논란 가열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노들섬라이브하우스에서 열린 대중음악 축제 ‘러브썸 페스티벌’. 관객 94명이 거리를 두고 띄어 앉아 제창도, 환호도, 기립도 없이 약 9시간 동안 조용히 공연을 즐겼다. 러브썸 페스티벌 제공
임희윤 문화부 기자
《대중음악계가 위기다. 지난해부터 문화의 기반이 되는 소규모 공연장들이 잇달아 문을 닫고 중견 음향 설비 업체가 폐업을 하는 등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중음악 공연에 대한 차별 논란이 뜨겁다. 클래식 공연이나 뮤지컬은 거리 두기 등 방역 지침을 지키는 선에서 활발히 열리는 반면, 대중음악 콘서트는 유독 감염병예방법상 ‘집합·모임·행사’로 분류돼 큰 제약을 받고 있다. 대중음악계에서는 “콘서트 역시 충분히 조용하고 안전하게 열 수 있음에도 당국이 떼창(제창)과 환호가 동반한다는 가정 하에 일방적으로 분류해 판단하고 있다”는 비판적 목소리가 나온다.》

● 기준, 관리 주체 모호


현재 뮤지컬, 클래식 등 다른 공연은 ‘동반자 외 거리 두기’만 지키면 규모와 상관없이 열 수 있다. 그러나 대중음악 공연이 속한 ‘집합·모임·행사’는 현행 사회적 거리 두기(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 지침에 따르면 99명까지만 참석할 수 있다. 아티스트와 공연 주최·주관사 입장에서는 수익이 나지 않는 이런 공연을 열지 못하거나, 소규모로 기획을 했더라도 거리 두기 단계가 상향 조정되면 급히 취소하는 경우가 속출한다.

3월 18일∼4월 1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 예정이던 가수 이소라의 콘서트는 공연을 8일 앞두고 취소됐다. 반면, 같은 공연장에서 뮤지컬 ‘위키드’는 별다른 제약 없이 무대에 올랐다. 앞서 아이돌 그룹 몬스타엑스 콘서트, ‘미스터트롯’과 ‘싱어게인’ 콘서트도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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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주체가 모호한 점도 문제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문화체육관광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가 얽혀 있지만 최종 판단과 책임은 시·군·구 단위에서 해야 하는 구조다. 다리가 많으니 스텝이 엉키기 일쑤다. 가수 폴킴은 지난달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100명 이상의 관객을 놓고 공연했다. 대중음악 가수이지만 클래식 현악기 콰르텟을 편성에 넣어 크로스오버 공연을 표방했기 때문이다. 반면, 크로스오버 보컬 그룹 ‘라포엠’은 같은 달 서울 동대문구에서 열기로 한 공연을 동대문구청의 불허로 연기해야 했다.

대중음악 관계자들이 결성한 ‘대중음악공연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의 신원규 위원(콘서트 연출가)은 “기초자치단체마다 공연 장르의 판단 기준이 다른 데다 그들이 책임을 떠안는 구조여서 대중 콘서트는 일단 막고 보자는 성향을 강하게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 공연이 크로스오버(클래식)인지 대중 콘서트인지 명확히 판단해 달라’는 주최 측 요청에 일선 구청이 판단을 미루다 공연 전날 금지를 통보하는 경우도 있다. 용산구청의 한 관계자는 “모호한 사안마다 서울시, 문체부, 질병관리청 등에 문의하는데 명확한 답을 얻지 못할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대중음악계에서는 정부에 △차별적인 기준 해소 △단일화된 소통 창구 마련 △대중음악에 대한 이해가 있는 전담 인력 및 부서의 배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 “공연장에 임시 검사소 설치 논의해야”

해외의 경우는 어떨까.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지난달 5000명의 관객이 들어찬 대중음악 콘서트가 열렸다. 1월 호주 퍼스에서는 유명 밴드 ‘테임 임팔라’가 1200명의 관객 앞에서 두 시간 동안 공연했다.

유럽에서는 대규모 콘서트에 대한 방역에 국가가 예산을 들이고 있다. 정부 지침에 따라 취소되는 공연에 대해서는 보상책을 마련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정부 방침으로 취소되거나 손실을 본 공연에 대해 건당 80만 유로(약 10억 원)까지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독일은 공연 사업 손실을 지원하기 위해 25억 유로(약 3조3243억 원)의 정부 기금을 설립한다. 콘서트 산업이 지닌 문화적 의미, 천문학적인 고용과 소비 촉진 효과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의 김형일 대표는 “영국에서는 8월 레딩 페스티벌 티켓 12만 장이 매진됐고, 미국은 하반기부터 컨트리 가수들의 투어가 재개된다. 캐나다 가수 위켄드의 내년 순회공연은 120회, 140만 장의 티켓이 동났다”면서 “이런 가운데 케이팝 가수들의 내년 해외 투어와 대형 페스티벌 참가도 결정해야하는데 국내에 가이드라인도, 소통창구도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집단 면역이 형성될 내년, 내후년의 장기계획이라도 잡아야 업계가 재기를 준비하는데, 방치하면 무대 조명 음향 등의 인프라가 집단고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원규 연출가는 “유럽에서는 공연장 근처에 임시 신속 검사소를 만들어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만 입장하고 양성이면 귀가 조치를 한다. 이런 공연장 검사소를 만들면 무증상 감염자가 많은 청년층의 검사 표본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줄폐업’이 이어지는 공연장 업계에 대한 지원도 절실하다. 이들은 한국 대중음악의 풀뿌리인 인디 음악계의 보금자리에 그치지 않는다.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세계적 아이돌 가수들도 초창기에는 작은 공연장에서 팬미팅, 쇼케이스, 공연을 열며 팬들과 호흡하고 자생력을 길렀다.

● “제창, 환호 못해도 즐길 수 있어”


“떼창과 환호는 안 되는 거 아시죠? 제가 ‘소리 질러!’ 하면 여기 계신 분들은 눈빛으로만 표현해주세요. 아시겠죠?”

가수 십센치(본명 권정열)가 무대 위에서 말하자 94명이 띄엄띄엄 앉은 객석에서는 침묵 속에 박수만 2초간 이어졌다. 마치 KBS 1TV ‘가요무대’를 보는 듯했다.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노들섬라이브하우스에서 열린 ‘러브썸 페스티벌’은 올해 국내에서 처음 개최된 대중음악 페스티벌이다. 관객들은 방역수칙에 따르며 조용히 공연을 즐겼다. 그들은 1년 이상 오프라인 페스티벌에 목말라 있던 터다. 아이돌 그룹 ‘엔플라잉’부터 데이브레이크, 선우정아 등 인기 음악가들이 줄줄이 출연해 시끌벅적할 법도 했지만 관객들은 환호도, 제창도, 기립도 없이 눈빛과 응원 팻말로 조용히 무대에 화답했다. “앙코르!” 외침도 없었다.

공연 뒤 만난 관객 김유영 씨(27)는 “제창과 환호를 못하는 점은 아쉽지만 이렇게라도 공연을 해줬으면 좋겠다. 방역 절차도, 신분 검사도 철저해 안전에 대한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조은아 씨(29)는 “뮤지컬이나 클래식 공연은 방역지침을 지켜가며 하는데 대중 공연에만 제약이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방역 가이드를 지키며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당국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희윤 문화부 기자 imi@donga.com
#뮤지컬#콘서트#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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