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이성호]IT 강국 민낯 보여준 K에듀

이성호 정책사회부장 입력 2021-03-10 03:00수정 2021-03-1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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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쌍방향 수업, 개학 후 연이은 오류
팬데믹 종식 후 ‘뉴 노멀’ 교육 가능할까
이성호 정책사회부장
전국 학교가 개학한 지 2주차를 맞았다. 현장은 어수선하다. 매일 학교 가는 학생도, 등교와 원격을 ‘퐁당퐁당’ 병행하는 학생도 아직 혼란스러워 보인다. 그래도 두려움이나 불안감은 덜해 보여 다행이다. 그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익숙해진 것이다.

하지만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은 학생들의 짜증은 더 커진 듯하다. 개학 첫날부터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을 위한 공공 학습관리시스템(LMS)인 ‘e학습터’와 ‘EBS 온라인클래스’의 크고 작은 오류가 발생한 탓이다. 정부는 코로나19 2년차인 올 1학기부터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의 전면 실시를 여러 차례 공언했다. LMS 개발과 운영에 100억 원 가까운 예산도 지원했다. 하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1년 동안 도대체 뭘 했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오류는 개학 1주차 내내 이어졌다. 접속이 안 되거나 늦는 건 기본이고 수업을 위한 자료 업로드가 되지 않는 경우도 속출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5일 부랴부랴 EBS를 찾아 “다음 주부터는 정말 안정적으로 운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교사들은 수업이 본격 시작되는 개학 2주차를 앞두고 주말 내내 컴퓨터를 붙잡고 진땀을 흘렸다.

교사가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다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코로나19 1년차인 지난해 현장에서 교사들이 겪으면서 얻게 된 교훈이다. 하지만 올 2월 말에야 시스템이 개통한 탓에 익숙해질 시간이 없었다. 일부 교사는 알아서 자구책을 찾고 있다. ‘올해는 제대로 하겠다’며 차근차근 원격수업을 준비했던 교사들이 LMS 탈출을 선택하는 것이다. 대전의 한 고교 교사는 “학기가 시작됐는데 새로운 시스템 공부하느라 시간을 버릴 수는 없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익숙한 시스템을 이용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실시간 화상회의 서비스인 ‘줌(ZOOM)’을 이용해 원격수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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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유 부총리는 “감염병 상황이 아니어도 온라인과 등교를 병행하는 ‘블렌디드 러닝’으로 교육과정이 운영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에도 원격수업을 병행하겠다는 것이다. 같은 해 12월에는 새 학기부터 실시간 화상수업 시스템의 전면 운영 계획을 강조했다. 그러나 개학 1주차 오류가 이어지자 7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시스템을 재구조화하고 기능을 개선한다는 게 사실 물리적으로 굉장히 어려움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에 없는 시스템”이라는 이유를 내놓았다.

자녀의 원격수업을 지켜보는 학부모 사이에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정보기술(IT) 강국의 현실이 믿기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 정부는 IT 강국을 앞세워 K방역 등 이른바 ‘K시리즈’를 홍보했다. K에듀도 그중 하나였다. 하지만 해외 민간기업 플랫폼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오히려 사교육 업체들이 안면인식 기술, 인공지능(AI)까지 동원해 ‘집에 혼자 있어도 집중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교육당국은 등교수업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물론 등교 확대는 교육 정상화의 기본이다. 하지만 단순히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목표라면 곤란하다. 전면 등교가 공교육 신뢰까지 회복시키진 못한다. 그건 정부가 공언한 ‘미래 교육’의 시작도 아니다.

이성호 정책사회부장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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