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음이 이끄는 새로운 우주[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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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인터넷으로 강의를 했던 지난 1년이 지나갔다. 대학에선 줌을 통한 인터넷 강의가 익숙한 방법으로 자리 잡았고, 학문적인 면에서도 이제는 줌을 통해 국내외 학자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있다.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세상 곳곳의 학자들을 편안한 시간에 만날 수 있다.

한 학생이 “저희는 줌을 통해서 친구들과 함께 술도 마셔요. 재미나요”라고 이야기한다. 나 역시 멀리 지방에 있는 동창들과 화상으로 오래간만에 술 한잔했다.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술 한 잔을 놓고 서로 웃고 떠들고 이야기하는 풍경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일상적으로 해오던 관성에서 벗어나게 되면 처음에는 생소하고 불편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덤으로 새로운 재미를 발견하기도 하고 가능성을 찾기도 한다. 이런 변화에 대해 항상 문을 열어 놓아야 한다. 그 변화에 유연해야 한다. “한번 해보지, 뭐!” 하는 마음과 호기심이라는 열린 마음, 이런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우리를 새로운 세상으로 이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온 지구가 정지했던 것처럼 보이지만 과학계는 얼음 밑의 강물처럼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지구의 도전은 우주로 향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민간 유인 우주선 ‘크루드래건’을 쏘아 올려 국제우주정거장과의 도킹에 성공했고 더 나아가 화성에 유인 우주선을 보내는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이제는 어느덧 화성에 우주선을 착륙시킬 수 있는 단계가 되었다. 미국, 유럽연합, 러시아, 인도뿐 아니라 중국, 아랍에미리트도 활발한 화성 탐사에 도전하고 있다. 머지않아 화성은 지구와 가장 친숙한 행성이 될 것이다. 소행성 ‘류구’에 착륙한 일본 탐사선은 표면이 아닌 심층토양을 채취해 지구로 가져왔고, 소행성 ‘베누’에 착륙한 미국 탐사선도 토양을 채취해 지구로 오고 있다. 중국은 달 토양을 채취해 지구로 돌아왔다. 이는 옛 소련에 이어 두 번째다. 우리는 이 같은 외계 행성 연구로 태양계 형성의 비밀에 점점 다가가고 있다.

살아가기도 힘든데 왜 우주 연구에 투자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이렇게나마 누리고 있는 것은 부족했던 시절 미래를 보고 기초과학에 투자했던 결과다.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과학 발전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다. 코로나 백신 개발도 마찬가지다. 선진국의 예로 확인할 수 있듯 기초과학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다. 지금 우리가 선진국의 우주개발 연구를 무관심하게 바라봐서는 안 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어디까지나 똑같은 시간이다. 상대적으로 느리고 빠르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1분은 1분이고, 한 시간은 한 시간이다.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가. 어려운 시기이지만 미래를 위한 기초과학에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꾹꾹 눌러 적어본다. 새해 아침이다.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줌#스페이스x#코로나#우주#기초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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