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러 등 누적 확진자 200만 명 돌파
봉쇄로 소상공인-유통업계 피해 확산
영업 허용 - 봉쇄 완화 두고 갈등… 디지털-드라이브스루 마켓이 대안


22일 오후 7시(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중심가인 샹젤리제에서 만난 시민 클라하 씨(51)가 입을 열었다. 이날 파리시는 크리스마스 시즌의 개막을 알리는 ‘샹젤리제 일루미네이션’ 행사를 시작했다. 매년 11월 22일 밤 개선문부터 콩코르드광장까지 약 2km의 대로변 나무 500여 그루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설치한 후 동시에 점등하는 행사다.
원래대로라면 이 ‘빛의 향연’을 보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인파가 몰리지만 이날 샹젤리제 일대는 그야말로 썰렁했다. 상점들도 일제히 문을 닫았다. 한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5만, 6만 명씩 발생하자 정부가 지난달 30일부터 한 달간 이동제한 등 봉쇄령을 발령한 탓이다.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5일 기준 프랑스와 러시아의 누적 확진자는 각각 210만 명을 돌파했다. 스페인(160만 명), 영국(150만 명), 이탈리아(140만 명), 독일(96만 명), 폴란드(90만 명)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24일 블룸버그가 발표한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회복 순위’에서도 유럽 주요국은 모두 낮은 점수를 받았다. 세계 1위인 뉴질랜드가 100점 만점에 85.4점을 받은 반면에 이탈리아 스페인(공동 40위·54.2점), 프랑스(45위·51.6점), 벨기에(50위·45.6점) 등은 모두 하위권이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일부 시민은 자발적으로 가족 친지와 함께 떠들썩하게 보내는 성탄절 연휴를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파리 16구에 사는 회사원 로엔 씨(39) 역시 “고령의 부모님이 걱정돼 올해는 가족들이 모이지 않을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여론조사회사 오피니언웨이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3%는 “감염을 막기 위해 가족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를 포기할 수 있다”고 답했다.
‘크리스마스 마을’로 유명한 프랑스 동부 도시 스트라스부르 역시 올해 성탄절 행사를 취소했다. 매년 250만 명이 참가하고 2억5000만 유로(약 3300억 원)의 돈이 오가는 시의 최대 행사를 포기한 것이다. 주민 마리안 씨는 일간지 르파리지앵에 “스트라스부르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취소되는 것은 파리에서 에펠탑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토로했다.
다른 유럽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독일에서도 올해 전국 3000곳의 마켓이 취소돼 30억 유로(약 4조 원)의 손실이 우려된다고 정치매체 폴리티코유럽이 보도했다.
예년처럼 크리스마스에 많은 인원이 모일 수 없어 음식 준비 광경도 달라지고 있다. BBC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때 프랑스인들이 즐겨 먹는 거위 간 요리 ‘푸아그라’ 생산량은 13% 이상 감소했다. 영국 웨일스 일대 농장의 칠면조 사육 또한 20% 줄었다.
EU 집행위원회는 3년간 유로존의 실업률과 부채 비율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최근 내놨다. 올해 8.3%로 예상되는 실업률이 내년에는 9.4%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안 이달고 파리시장 등 일부 정치인은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까지 겨냥하고 나섰다. 이달고 시장이 속한 사회당, 녹색당 소속 정치인들은 최근 ‘아마존 없는 크리스마스’를 요구하며 정부가 아마존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상공인들은 봉쇄 기간에 영업을 전혀 하지 못하는데 세계적 대기업인 아마존이 소매점 수요까지 흡수하면서 엄청난 이익을 거두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프랑스 아마존은 지난달 30일 봉쇄령 발령 이후 현재까지 일일 매출이 약 40% 증가했다.
국민 불만이 커지자 프랑스 정부는 24일 “이달 28일부터 비필수 사업장의 영업을 허용하고 코로나19 확산이 통제된다고 판단하면 다음 달 15일부터 이동제한 조치도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12월 24일과 같은 달 31일에는 오후 9시 이후 야간 통행도 허용하기로 했다.
영국 정부 또한 12월 23∼27일 5일간 조부모, 부모, 자녀 등 3대가 모일 수 있도록 최대 3가구가 한 장소에 모이는 일을 허용하기로 했다. 독일 역시 다음 달 23일∼내년 1월 1일은 봉쇄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탈리아는 성탄절 전후 10일간 지역 상점 개점을 허가한다.
다만 의료 전문가들은 주요국의 이런 봉쇄 완화가 확진자 급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강도 높은 봉쇄로 확진자 급증세를 겨우 진정시켜 놓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매우 위험한 정책이라는 의미다.
영국 정부 과학자문 그룹에 따르면 특정 모임에서 참석자가 두 배 늘면 코로나19 감염 확률은 4배로 높아진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전염병 책임자인 마리아 반 케르코베 박사는 23일 “성탄절을 앞두고 가족 모임을 피하라”고 권고했다. 앤드루 헤이워드 영국 런던대 감염학 교수 역시 “감염 가능성이 높은 젊은 세대가 사망 위험이 높은 고령층을 감염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크리스마스 행사나 예배를 ‘줌’ 같은 온라인 원격 플랫폼을 활용해 참석하겠다는 사람들 또한 늘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올해 성탄미사는 신도 참여를 배제한 채 온라인 중계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24일 파리를 포함한 수도권 일드프랑스 상공회의소 역시 ‘성탄절 광장’이란 일종의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했다. 오프라인 상점에서 팔던 크리스마스 전용 상품을 모두 구매할 수 있다. 니스, 낭트, 리옹, 그르노블 등 프랑스 주요 대도시도 온라인에서 전시 감상, 가상현실(VR) 체험, 상품 구매를 할 수 있는 디지털 크리스마스 마켓을 설치했다.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란츠후트는 아예 ‘드라이브스루형’ 크리스마스 마켓을 개설했다. 시 당국은 “감염 위험을 줄이면서도 시민들이 성탄절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드라이브스루 방식을 택했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인공 눈이 뿌려지고 캐럴이 울려 퍼지는 간이상점 사이를 차로 지나면서 각종 물품과 식자재를 구매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유럽 전체의 몸부림인 셈이다.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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