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보유세 폭탄 퍼부으며 중저가 주택만 감면 생색내는 ‘세금 정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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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세율을 낮춰 재산세를 깎아줄 대상을 ‘공시가격 9억 원 이하 1주택자’로 할지, ‘6억 원 이하 1주택자’로 할 것인지를 놓고 논쟁을 벌이다 6억 원 이하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민주당은 내년 4월 보궐선거를 의식해 9억 원 이하를 고집했고 정부는 “‘중저가 주택’이란 취지를 살리려면 6억 원이 맞다”고 주장해 왔다.

국민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논의 같지만 실은 세금폭탄이란 ‘병’을 먼저 주고 약을 어디까지 나눠 줄지 따졌을 뿐이다. 지난주 국토교통부는 5∼10년에 걸쳐 주택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높이는 로드맵을 내놨다. 비싼 집 가진 사람은 빨리, 싼 집 가진 사람은 천천히 오를 뿐 모든 주택 보유자의 재산세 부담이 커진다. 서울, 부산시장 후보를 내기로 한 민주당으로선 감면 대상을 중산층까지 최대한 넓혀 “우리가 재산세를 깎아드렸다”고 생색을 내려고 했다. 정부는 대상을 넓혀봐야 실속은 크지 않고 세수만 준다고 봤다. 여당과 정부 간에 어차피 종부세 대상이기도 한 9억 원 이상 주택 보유자에 대한 ‘징벌적 증세’엔 의견 차이가 없었다.

집값 급등과 공시가격 인상으로 올해 서울 아파트 재산세는 작년보다 평균 22% 올랐다. 주택분 재산세는 서울시 예상보다 2065억 원이나 더 걷혔다. 공시가격 상승과 종합부동산세율 인상으로 내년 종부세 세수는 올해보다 47% 증가할 것으로 국회 예산정책처는 예상한다. 공시가격 인상을 통해 사실상 총체적 증세를 해놓고 지지층 표를 계산하며 세금 깎아줄 대상을 골랐다.

민주당은 감면 대상을 9억 원 이하로 넓혀야 하는 이유로 세금 부담 증가로 인한 국민의 소비 위축과 경제활력 저하 우려를 들었다. 맞는 얘기다. 같은 논리로 보유세 부담이 급증한 모든 1주택 보유자로 감세 대상을 확대하는 게 옳다.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이들의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과도한 세금을 물리는 건 결코 형평성에 부합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세금 정치’를 멈추고 공시가격 인상 속도 재조정을 포함해 부동산 세제를 전반적으로 다시 손봐야 한다.
#재산세#세금 부담#공시가격#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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