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두려움도 이겨낸 한국영화 사랑[현장에서/김윤종]

김윤종 파리 특파원 입력 2020-10-29 03:00수정 2020-10-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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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개막한 ‘파리 한국영화제’를 관람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선 프랑스 파리 시민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김윤종 파리 특파원
“정말 고생해서 어렵게 열었는데…. 관객들이 조금이라도 와야 할 텐데요.”

27일 오후 4시(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최대 번화가 샹젤리제 거리. 개선문이 앞에 보이는 퓌블리시스 극장. ‘파리 한국 영화제’ 개막이 1시간 앞으로 다가오자 영화제 관계자들은 걱정을 내비쳤다. 배우 초청, 개막식 등 부대 행사도 모두 생략된 데다 비까지 내리는 상황이었다.

올해로 15년째인 이 영화제는 프랑스, 나아가 유럽에 한국 영화를 알리는 핵심 역할을 해왔다. 2006년 1회는 관람객이 529명에 불과했지만, 꾸준히 증가해 1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지난해에는 영화 ‘기생충’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과 배우 송강호의 개막식 참석 등으로 관람객이 1만5000명에 육박했다. 프랑스인들이 직접 참여해 상영 작품들을 선정했고 양국 문화 교류에도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올해는 전망이 어두웠다. 3월부터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공연장 등 다중이용시설이 폐쇄되면서 영화제 개막이 불투명했다. 지난달 2차 확산이 본격화되면서 최근 프랑스 일일 신규 확진자가 최대 5만 명을 넘자 “올해는 접어야 하나”란 비관론이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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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마다 영화제 측을 다독여준 것은 프랑스인들이었다. 영화제 자원봉사에 나선 파리 시민들은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유지 원칙을 지키면서 꼭 영화제를 열자”며 용기를 북돋았다. 영화제 측이 개설한 소셜미디어에는 ‘꼭 영화제를 열어 달라’는 응원글이 수백 개 달렸다.

개막 당일, 우려는 환호로 바뀌었다. 한두 명씩 극장 앞에 줄을 서기 시작하더니 개막 40여 분을 앞두고 100m 이상 줄이 길게 이어졌다. 파리 시민 티에리 씨(29)는 “휴가를 여름에 안 쓰고 한국 영화제가 열리는 기간에 썼다”고 말했다. 2회 때부터 매년 관람해 왔다는 셀리아 씨(40)는 “코로나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라서 한국 영화에 힘을 실어주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이날 개막작 관객은 총 200명.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전체 좌석(400석)의 절반만 사용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꽉 찬 셈이었다. 관객들은 마스크 착용, 발열검사를 순조롭게 따랐다. 상영 영화를 선정해 온 프로그래머 다비드 트레들러 씨는 “관객들을 보니 눈물이 난다”며 “올해만큼은 진중하고 웅장한 개막작이 아닌, 모두가 코로나를 잊고 웃을 수 있는 작품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개막작은 코미디 영화 ‘오케이 마담’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관람객은 ‘코로나19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잊은 분위기였다. 로헝스 씨(45)는 “불가능에 가까웠던 한국 영화제가 개막된 것처럼 극복하는 게 정말 어려워 보이는 코로나 사태도 잘 이겨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코로나19#파리 한국 영화제#기생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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