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알고리즘’ 뒤에 숨어 부당행위 일삼다 과징금 맞은 네이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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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어제 네이버에 총 267억 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쇼핑, 동영상 검색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자신들이 파는 상품과 서비스가 제일 위에 뜨도록 검색 알고리즘을 조정, 변경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알아서 한 일”이라던 포털 사이트의 변명이 사실이 아니었다는 게 공정위의 조사로 드러난 것이다.

네이버는 상품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오픈마켓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입점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일종의 백화점 같은 사업으로 경쟁업체는 11번가, G마켓 등 다른 오픈마켓이다. 네이버는 여러 오픈마켓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가격 등을 비교해주는 ‘비교쇼핑 서비스’도 제공한다. 공정위는 비교쇼핑 검색 결과에서 네이버가 자사 스마트스토어 상품을 제일 위에, 경쟁업체의 상품은 아래쪽에 노출되도록 하는 등 최소 다섯 차례 알고리즘을 수정한 것으로 판단했다. 선수이자 심판인 ‘이중적 지위’를 이용해 자기편에겐 특혜를, 다른 편에겐 불이익을 준 것이다.

2015년 초 12.7%였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노출 점유율은 3년 뒤 26.2%로 높아진 반면 경쟁 오픈마켓들은 점유율이 1.4∼4.3%씩 하락했다. 동영상 검색에서도 네이버TV 동영상이 좋은 위치에 노출됐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검색이 이뤄질 것이란 이용자의 기대와 달리 네이버의 이익을 늘리는 쪽으로 검색 알고리즘을 바꿔온 것이다.

네이버 측은 “자사 서비스에 불리한 결과도 있는데 5건만 골라 지적하는 건 왜곡”이라면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정위 조사 결과의 구체성이나 네이버가 다른 분야에서 보여 온 행태를 볼 때 알고리즘이란 방패 뒤에 숨어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언론사의 신뢰성, 기사 완성도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공정성도 검증되지 않은 네이버의 뉴스 배열 알고리즘은 정치적 중립성까지 의심받고 있다. 공정위는 네이버 카카오 구글 등 시장지배적 플랫폼 기업들이 시장 질서를 왜곡해 부당한 이익을 챙기고 있지 않은지 지속적으로 살펴 엄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알고리즘#네이버#부당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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