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박왕자 피살’ 12년 만에 더욱 충격적인 만행 저지르다

동아일보 입력 2020-09-25 00:00수정 2020-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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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소연평도 해상에서 어업지도를 하다 21일 북측 해역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에게 총격을 가한 뒤 시신까지 불태웠다고 국방부가 어제 밝혔다. 남측 민간인 피살 사건은 금강산에서 박왕자 씨 사건 이후 12년 만에 서해 NLL에서 발생했지만 내용은 더 충격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 결과를 보고받고 “충격적인 사건으로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며 “북한 당국은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실종 다음 날 오후 북측이 조난 상태의 실종자를 최초 발견한 뒤 표류 경위 등을 신문했다고 한다. 이후 군 당국은 연평도에 있는 장비로 북측이 실종자 시신을 불태우는 것까지 관측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사실관계 확인을 거부하고 있지만 정부 당국은 한 점 의혹을 남기지 않도록 북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사과, 책임자 처벌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북한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에 접근하면 누구나 사살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하지만 그들의 내부 방침일 뿐이다. 엄연한 외국인, 그것도 비무장 민간인을 사살하고 시신까지 불태우는 만행은 전시(戰時)에도 해선 안 되는 일이다. 포로나 민간인 등을 보호하는 제네바협약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더욱이 남북이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9·19군사합의 정신을 짓밟은 것이나 다름없다. 북측의 패륜적 도발을 묵과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군 당국이 사건 당일인 22일 전모를 청와대에 보고했음에도 내용 공개에 이틀이나 걸린 경위가 의문이다. 정치권에선 23일 국제사회에 종전 선언을 호소한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을 의식해 공개시점을 늦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만에 하나 청와대와 군 당국이 사전에 북한의 만행을 알고서도 정치적 파장을 의식해 쉬쉬했다면 이 또한 책임져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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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여당은 그동안 도 넘은 북한 눈치 보기가 이런 만행의 빌미를 제공한 것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북한이 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는데도 오히려 북한 달래기에 급급했고, 우리 쪽에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가동 재개에 안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니 북한이 우리를 더 우습게 보고 서슴없이 무도한 짓을 저지르는 것 아닌가.



#북한#피살#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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