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통제에 자신감 보이는 중국… 검사 능력 의구심 여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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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현장을 가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최초로 대형 국제행사 오프라인 개최
유초중고교 개학… 3억 명 등교
“본토 신규 확진자 0명” 주장

7일 오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CIFTIS)를 찾은 사람들이 보안 검색을 기다리며 길게 줄을 서 
있다.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주말에만 10만 명 가까운 관람객이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CIFTIS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베이징에서 처음 열린 오프라인 국제 행사다. 베이징=김기용 기자 kky@donga.com
7일 오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CIFTIS)를 찾은 사람들이 보안 검색을 기다리며 길게 줄을 서 있다.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주말에만 10만 명 가까운 관람객이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CIFTIS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베이징에서 처음 열린 오프라인 국제 행사다. 베이징=김기용 기자 kky@donga.com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7일 오후 중국 베이징(北京)의 국가컨벤션센터. 30도에 가까운 불볕더위에도 관람객 수백 명이 입장을 하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이날 진행된 행사는 전 세계 기업들의 최신 제품과 서비스 상품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중국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CIFTIS)였다. 그동안 ‘개점휴업’ 상태를 면치 못했던 국가컨벤션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국제 행사가 열린 것이다.

주최 측 추산에 따르면 주말에만 10만 명 가까운 인파가 행사장을 방문했다. 이날도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보안 검색에만 30분 이상 걸렸다. 하지만 줄을 선 사람들은 짜증 대신 기대감이 더 큰 모습이었다. 중국인 관람객 장스잉 씨는 “베이징에서 이렇게 큰 행사가 열리는 것 자체가 너무 기쁘다”면서 “많은 사람이 모여 줄을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랑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국가급 행사로 격상시킨 CIFTIS를 중국수출입상품교역전(캔턴 페어), 중국국제수입박람회(CIIE)와 함께 3대 무역박람회로 키우려고 했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았다. 앞서 6월 캔턴 페어는 62년 역사상 최초로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이번 CIFTIS도 개최는 했지만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징둥(JD닷컴),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기업 중심으로 열렸고 외국 기업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외국인이 중국에 들어오려면 14일 동안 격리를 거쳐야 하는 탓에 대부분 중국 입국을 포기한 것이다.

나라별 전시 부스인 ‘국가관’도 상황은 비슷했다. 참여국은 12곳에 불과했고 형식적인 게시물만 내걸어 분위기가 썰렁하게 느껴졌다. 일본관은 영문으로 적힌 나라 이름 외에 아무런 전시물이 없었다. 전체 행사 면적은 20만 m²로 지난해(16만5000m²)보다 커졌고, 전시장은 관람객으로 붐볐지만 국제박람회다운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중국 정부는 이런 결과를 예견했음에도 왜 CIFTIS 행사를 강행했을까. 관계자들은 중국이 이번 행사를 개최했다는 사실을 통해 전 세계에 코로나19에 대한 중국의 자신감을 알리려는 의도가 컸다고 분석하고 있다.

○ 中, 임상시험 중인 백신 일반에 공개

이번 행사에서 중국 국영 제약회사 시노팜과 시노백이 임상시험 중인 코로나19 백신 제품을 일반 대중에 공개했다는 사실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수많은 중국인 관람객은 시노팜과 시노백 부스를 일부러 방문해 백신 제품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만큼 ‘자랑거리’가 된다는 얘기다.

4∼9일 열린 중국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CIFTIS)에서 처음 공개된 중국 국영 제약회사 시노백의 코로나19 백신. 사진 출처 바이두
4∼9일 열린 중국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CIFTIS)에서 처음 공개된 중국 국영 제약회사 시노백의 코로나19 백신. 사진 출처 바이두
아직 임상시험이 끝나지 않았고, 시판 허가도 얻지 못한 의약품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제품을 공개한 것은 중국이 백신 개발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홍보하고 각인시키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백신 전문가이자 상하이(上海)시 질병통제센터 의사인 타오리나(陶黎納) 씨는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두 제약회사의 백신 공개는 중국이 코로나19 백신 분야에서 거둔 성과와 백신의 안정성과 효율성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시노백 대변인은 “백신 개발자들은 이번 행사가 코로나19 백신을 대중에게 가능한 한 빠르고 안전하게 제공하기 위한 국제 표준 협력 플랫폼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우리는 올해 말 코로나19 백신 사용 승인이 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공산당에 대한 국민 신뢰를 확보하고 미중 갈등 등 대외 난제를 돌파하기 위해 백신을 공개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등교 개시도 중국 정부의 자신감을 드러내는 조치로 평가된다. 중국 정부는 이달부터 유치원을 비롯해 초중고교 학생의 가을학기 등교를 허용하면서 약 3억 명에 달하는 학생이 등교를 하게 됐다. 특히 1월 말 대규모 확산으로 막대한 피해를 봤던 우한(武漢)의 2800여 개 학교와 유치원이 문을 연 것은 중국 내 코로나19가 사실상 종식 단계라는 것을 보여주는 조치로 풀이된다.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도 대부분 상영을 시작했고, 수영장이나 체육관 같은 체육시설과 대형 쇼핑몰 등 인구 밀집 시설 등도 정상적으로 운영에 돌입한 상태다.

○ 한 달 이상 “본토 확진자 0명”…안심은 일러

중국의 이 같은 자신감이 ‘모래 위에 쌓은 성’처럼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중국 본토에서는 31일째(15일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6일까지 중국에서 출발해 한국으로 들어온 사람 가운데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여러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중국에서는 음성으로 통과된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는 양성으로 뒤집힌 것이다.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됐다는 중국 당국의 통계 정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중국의 핵산 검사 수준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비행기 탑승객들이 중국을 떠나기 전 모두 핵산 검사 음성 증명서를 제출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확진으로 판정됐기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은 “이런 사례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경우”라면서 “중국에서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검사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모든 경우를 예방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해외 유입에 따른 지역 확산 가능성도 남아 있다. 윈난성 루이리시는 14일 미얀마에서 들어온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자 밀접 접촉자 190명을 격리하고 사실상 도시 봉쇄 조치를 취했다.

중국 정부가 ‘긴급사용’이라는 명분으로 아직 임상시험 중인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늘려가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시노백은 6일 임직원과 가족 약 3000명이 정부의 긴급사용 승인에 따라 백신을 접종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하지만 군인이나 의료진 등 특수 직군에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할 ‘긴급사용’이 일반인에게 허용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사실상 임상시험 대상자를 더 늘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백신 개발에 상당히 앞선 것으로 평가받던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부작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코로나19 백신 후보에 대한 3상 임상시험을 일시 중단했다가 재개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3상 임상시험 참가자 가운데 한 명에게서 부작용 가능성이 있는 질환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 입국자 적은 국가와만 직항 재개

코로나19 통제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베이징 직항 정기노선을 한국에 허용하지 못하는 것도 이중적인 모습이다.

중국은 수도 베이징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3월 말부터 외국발 항공기의 베이징 직항 운항을 전면 금지했다. 이 때문에 외국인들이 베이징에 가기 위해서는 인근 도시인 선양(瀋陽) 톈진(天津) 칭다오(靑島) 등으로 입국해 여기서 14일 동안 격리를 마쳐야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면서 중국 정부는 이달 3일부터 태국, 캄보디아, 파키스탄, 그리스, 덴마크, 오스트리아, 스웨덴, 캐나다 등 8개 나라에 베이징 직항 정기노선을 허용했다. 그런데 한국은 빠졌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한국에 대해 기업인들의 입국 절차를 간소화하는 ‘기업인 신속통로(패스트트랙)’를 개설해 줬고, 삼성전자나 SK 등의 전세기 운항도 대부분 허용해 줄 정도로 관계가 좋았다. 하지만 정작 베이징 직항 정기노선 재개 대상국에서는 제외한 것이다. 아직 베이징에 돌아가지 못한 한국 교민은 최소 1만5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중국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전문가는 “중국이 최근 코로나19 통제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다소 부풀려진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베이징 직항 정기노선을 허가한 8개국은 중국 입국자가 매우 적다. 그만큼 방역 부담이 작다는 얘기다. 반면 한국은 정기노선을 허락하면 한국인이 대거 중국에 입국할 가능성이 높아 방역 감당 능력을 걱정했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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