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017년 북폭 위기… 비핵화 없는 한반도 안보현실 바뀐 것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5일 00시 00분


코멘트
북한의 잇단 핵·미사일 도발로 긴장이 고조됐던 2017년 미국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북한의 항구를 폭격할 것을 고민하다 전면전을 우려해 그만뒀다고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가 신간 ‘격노’에서 전했다. 앞서 주한미군은 김정은의 발사 참관 텐트까지 정확한 거리를 계산해 동해로 미사일을 쏘는 일종의 ‘예행연습’도 마친 상태였다고 한다.

우드워드가 전한 3년 전 미국의 움직임은 당시 떠돌던 전쟁위기설을 구체적으로 확인시켜 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장전 완료’ 같은 거친 발언과 미군 폭격기의 북방한계선(NLL) 무력시위, 제한적 선제타격(‘코피 터뜨리기’ 작전)에 반대했다는 한국계 인사의 주한 미국대사 내정 철회로 대략 짐작은 됐지만 북폭 계획까지 나오기는 처음이다.

특히 미국의 군사옵션이 실행 직전까지 갔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에게 “사람들이 아는 것보다 (북한과의 전쟁에) 훨씬 가까웠다. 정말 가까웠다”고 했다. 매티스 장관은 북한 정권교체를 위해 작전계획 5027도 주의 깊게 검토했는데, 거기엔 핵무기 80개 사용을 포함한 공격 대응 방안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에게 해결할 힘도, 합의를 이끌어낼 힘도 없다”고 무력감만 토로했다.

그런 전쟁 일보 직전의 위기는 이듬해 급반전했다. 김정은이 ‘비핵화 용의’를 미끼로 평화공세로 전환하면서 남북, 북-미 간 외교 이벤트가 줄을 이었다. 하지만 그런 거짓 쇼가 오래갈 수는 없다. 작년 이후 북한은 다시 외부와 문을 닫은 채 대결노선으로 돌아갔다. 그러는 사이 핵시설은 계속 가동되고 핵물질 양과 핵탄두 수는 계속 늘고 있다.

미국 대선을 50일 남긴 지금도 북한은 다시 핵 도발 모험, 아니면 외교 쇼 연출을 노리고 있다. “한국군은 우리 상대가 안 된다”고 호언하는 김정은이고, 불쑥 “주한미군을 빼내라”고 명령하는 트럼프 대통령이다. 북한이 핵을 껴안고 있는 한 위기와 대화를 널뛰듯 오가는 한반도 현실은 달라질 수 없다. 당장은 북한을 달래며 관리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비핵화 없이 평화는 없다’는 엄연한 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한반도 안보#북핵#북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