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연락사무소 폭파 열흘도 안 돼 종전선언 선물 보따리 꺼내나

동아일보 입력 2020-06-26 00:00수정 2020-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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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6·25전쟁 70주년 기념사를 통해 “전쟁의 참혹함을 잊지 않는 것이 종전(終戰)을 향한 첫걸음”이라며 “세계사에서 가장 슬픈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에 북한도 담대하게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쟁 희생자와 유공자에 대한 추모와 존경, 그리고 평화를 강조했으나 북한의 전쟁 도발 책임은 언급하지 않았다.

어제 통일부와 여당은 대북 유화 메시지를 쏟아냈다. 통일부는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한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대화를 통한 협의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이 한반도 운전자 역할을 더욱 강화해 당사국이 추진하는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24일 “스스로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은 정전협정 상태를 종식하고 한반도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송영길 국회 통일외교위원장은 “유엔 대북제재 위원들을 만나 인도적 지원 등 제재 일부 완화를 강력히 요청할 생각”이라고 했다.

김정은이 군사도발을 잠시 보류하자마자 정부 여당이 마치 감읍(感泣)이라도 하듯 대북제재를 완화해주고 종전선언을 추진하겠다는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고 있는 것이다. 6·25전쟁 70주년 당일인데도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키려다 북한에 남겨진 국군포로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북한은 이번 대남 도발로 미국과의 담판을 위한 관심 끌기에 성공했다. 그런데도 피해자인 우리 정부가 비핵화를 외면한 채 독자적인 남북 협력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전선만 허무는 태도를 되풀이하는 것은 북한 도발에 오히려 보상을 해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국민 세금이 들어간 연락사무소 폭파 책임을 추궁하지 않고 무조건 만나고 선물을 주자는 유화책만 늘어놓는다면 북한에 도발해도 괜찮다는 잘못된 신호만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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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북한 비핵화가 없으면 종전선언이나 대북제재 완화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종전선언은 비핵화 진행 단계에서 논의될 수 있는 중요한 협상 칩이다. 섣부른 종전선언은 북측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도와줄 뿐이다. 북한 군사도발 위협에 한미 양국이 공조를 강화해도 모자랄 판에 정부가 대북 조급증에 빠져 마이웨이를 고집하면 한미동맹이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북한과의 무조건적인 만남을 위한 선물 목록을 만지작거릴 때가 아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돼 비핵화가 실종됐는지 대북정책과 북한 비핵화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북한이 16일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화약 냄새도 가시지 않았다.
#연락사무소 폭파#종전선언#6·25전쟁 7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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