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학습의 정점은 평가… 장기 관점에서 발전시킬 때[광화문에서/김희균]

김희균 정책사회부 차장 입력 2020-06-16 03:00수정 2020-06-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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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균 정책사회부 차장
한 초등 영어학원은 주기적으로 레벨 테스트를 치러 반을 바꾼다. 테스트 날짜가 다가오면 배앓이를 하거나 진정제를 먹는 아이가 있을 정도로 분위기가 예민해진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레벨 테스트를 온라인 재택 시험으로 바꾸자 갑자기 성적이 치솟은 아이들이 나왔다. 화가 난 학부모들이 ‘자체 수사’에 나선 결과 일부 아이들이 번역 앱을 쓰거나 부모와 함께 문제를 푼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로 각종 시험이 온라인으로 치러지면서 부정행위로 인한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한 의대에서는 특정 과목 수강생의 80%가 조를 짜 정답을 공유하며 시험을 보다가 이에 가담하지 않은 학생의 신고로 들통이 났다. 한 공대에서는 중간고사 문제가 실시간으로 유료 문제풀이 사이트에 올라왔다.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학점 경쟁도 치열하기에 선량한 학생들은 분노하고 있다. 기말고사가 한창인 대학가에서는 대면 시험을 강행하라는 요구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부정행위들이 전적으로 온라인 방식 때문일까 되짚어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부정행위의 역사는 시험의 역사만큼 유구하다. 조선시대 과거시험에 대한 기록에도 ‘커닝 페이퍼’가 등장한다. 한 공간에 모여 종이에 고개를 파묻고 보는 시험에서도 부정행위 유형은 무궁무진하다.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시 휴대전화로 답을 ‘집단 중계’한 사건, 어학시험이나 편입시험에서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무전기 커닝’, 2010년 각국의 시차를 악용해 시험 문제와 정답을 사전 유출한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부정 등만 봐도 그렇다. 시험지 빼돌리기나 대리 시험도 낯선 일이 아니다.


물론 감독자가 없는 온라인 시험의 특성상 부정행위 유혹은 더 강할 수밖에 없다. 다만 부정행위의 원초적 범인이 온라인 방식은 아니라는 얘기다. 시험 유형과 디지털 기술 수준에 따라 부정행위도 맞춤형으로 달라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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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학자 중 상당수는 온라인 학습의 최대 장점으로 ‘평가’를 꼽는다. 일단 시공간은 물론 형식이나 도구에 대한 제약 없이 다양한 평가를 할 수 있다. 성적 분석이나 수험생을 위한 피드백도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다. 나아가 시험 자체의 수준과 적정성에 대한 종합적 리뷰까지 가능하다.

온라인 수업이 그러하듯, 온라인 평가 역시 코로나19라는 소나기를 피하기 위한 일회성 대책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온라인 평가를 활성화하되 부정행위를 막기 위한 당근과 채찍을 잘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달 삼성이 신입사원 공채를 온라인으로 시행하면서 자체 보안 솔루션을 가동하는 동시에 부정행위 적발자는 5년간 응시를 제한하기로 한 것이 하나의 예다. 응시자들에게 미리 스마트폰 거치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신분증 가리개 등 ‘온라인 시험용 키트’를 발송할 만큼 세심하게 준비한 결과 사상 첫 온라인 공채가 별 탈 없이 끝났다.

마침 공교육에서도 실험이 시작된다. 6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에서 휴업 학교 학생, 자가 격리 학생 등을 대상으로 인터넷 기반 시험(IBT) 방식이 처음 적용된다. 교육당국이 이를 임시방편으로 여기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온라인 평가를 진화시킬 시점이다.
 
김희균 정책사회부 차장 foryou@donga.com

#온라인 학습#부정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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