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경제효과 253조’ GBC 착공… 강남, 반세기만에 획기적 변신[인사이드&인사이트]

김도형 기자 , 홍석호 기자 입력 2020-06-01 03:00수정 2020-06-0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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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완공 예정 현대차 GBC 지상 42층 높이에서 내려다본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공사 부지엔 굴착기 12대가 눈에 띄었다. 기존 건물을 다 허문 7만9300여 m²의 땅 둘레에 하얀색 울타리가 높게 쳐졌고 굴착기와 이동식 크레인, 불도저, 롤러차, 트럭이 띄엄띄엄 자리하고 있었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아셈타워 옥상의 헬리콥터 이착륙장에서 내려다본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부지의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이 2014년 9월 10조5500억 원을 들여 매입했지만 인허가 문제 등으로 5년 넘게 공사를 시작하지 못했던 GBC가 지난달 11일 착공했다. 아직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영동대로 쪽으로 난 공사장 출입구에는 수시로 트럭이 들락거리며 공사가 시작됐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2026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는 GBC는 지하 7층, 지상 105층, 높이 569m 규모의 국내 최고층 빌딩이다. 현대차그룹은 이 건물을 자동차 관련 계열사의 업무용 건물로 쓸 계획이지만 단순한 업무용 빌딩에 그치지 않는다. GBC 자체만 해도 업무시설, 관광숙박시설, 문화 및 집회시설(공연장, 집회장, 전시장), 관광 휴게시설, 판매시설이 어우러진 대규모 복합시설이다. 그뿐만 아니라 GBC 인근에는 현대차의 1조7400여억 원 공공기여를 통해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잠실주경기장 리모델링 등 9개 사업이 함께 진행된다.


도시개발 전문가들은 GBC를 중심에 둔 삼성역∼종합운동장 일대 개발을 현대차그룹의 신사옥 건립으로만 평가하는 것은 사업을 절반밖에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1970년대부터 개발된 이른바 ‘강남’의 지형과 중심을 반세기 만에 획기적으로 바꿔 놓을 대규모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이른바 강남의 확장(擴張) 그리고 동진(東進)이다.
○ 105층 마천루… 준공 후 20년간 253조 원 경제효과

현대차그룹은 2016년 GBC 개발계획과 디자인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상징적 미래 랜드마크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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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BC는 한국 대표 글로벌 기업 중 하나인 현대차그룹의 신사옥 계획이라는 점 자체로도 의미가 작지 않다. 독일의 경우 폭스바겐그룹 등 주요 자동차 회사들이 본사나 본사 인근의 자동차 박물관을 홍보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반면, 현대차그룹의 서초구 양재동 사옥은 활용도가 떨어졌다. 좁고 접근성이 떨어져 관광객들이 찾아올 만한 자동차 관련 공간은 경기 고양시에 따로 마련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이 대신해왔다.

2016년 이후 조금씩 수정된 계획에 따르면 GBC는 그룹 통합사옥으로 사용될 105층 타워와 공연장, 전시시설, 컨벤션, 호텔·업무시설 등 5개 건물로 구성돼 있다. 105층 타워는 통합 사옥임에도 불구하고 최상층 2개 층에 전망대를 설치한다. 지붕과 옆면이 투명하게 처리돼 서울시의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신차 출시 행사와 같은 이벤트를 개최하고 방문객들에게 체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또 전시(8층), 전시·컨벤션(6층), 공연·판매(9층), 업무·호텔(35층) 등을 통해 현대차그룹은 GBC가 문화공간과 마이스(MICE) 산업 중심지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도시행정학회는 타당성 조사를 통해 GBC가 준공 후 20년 동안 113만7000명의 고용효과와 253조1000억 원의 경제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개발 과정에서도 7만9000명의 고용효과와 12조5000억 원의 경제효과가 예상됐다.

GBC는 서울시가 삼성역∼종합운동장 일대를 복합적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과도 맞물려 있다. 삼성역과 탄천, 그리고 탄천 너머 종합운동장 일대를 공공보행통로로 새로 구축하는 국제교류복합지구 계획과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개발이다.

특히 복합환승센터는 수도권 철도망과 대중교통노선이 집중되는 ‘미래 서울의 교통 허브’로 꼽힌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노선, GTX-C노선, 도시철도(위례신사), 지하철 2·9호선 등 향후 수도권 철도망의 핵심이 될 다수 노선이 영동대로 지하를 통과하게 된다. 이에 따라 지상 광장부터 지하 6층까지 쇼핑몰과 각 교통수단의 환승공간이 자리 잡을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GBC와 그 주변의 개발은 도심 속에 한강과 탄천이 관통하거나 인접한 대규모 업무지구가 조성된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MICE 복합단지를 대규모로 만드는 게 가장 큰 목적이고 동반 사업 중에서는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개발이 가장 큰 규모”라고 밝혔다. GBC의 활용도를 높여 컨벤션 참가자들이 행사만 보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 확장되는 서울 동남권… 강남이 동진한다
이런 계획은 결국 강남의 동진이라는 의미로 수렴된다. 흔히 말하는 ‘강남’은 행정구역상 강남구와 송파구, 서초구를 모두 포함한다. 일자리가 밀집된 업무지구로서의 강남은 기존 강남역을 중심으로 테헤란로 일대에 집중돼 있었지만 앞으로는 테헤란로 동쪽 끝의 삼성역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질 수 있는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런 분석은 아셈타워 옥상 헬리콥터 이착륙장에서 주변을 돌아보면서 쉽게 이해가 됐다. GBC는 영동대교에서 시작해 강남구 동쪽을 관통하면서 남북축을 형성하는 영동대로를 서쪽으로 접하고 있다. 그리고 영동대로와 수직 교차하면서 강남구 업무지구의 핵심 동서축으로 꼽히는 테헤란로를 끼고 있다.

이착륙장에서 GBC 서쪽을 바라보자 테헤란로에 접해 있는 950m 직선거리(GBC 기준)의 포스코센터(동관 지상 29층, 서관 지상 19층)와 2.7km 거리의 강남파이낸스센터(지상 45층) 그리고 3.5km 거리의 강남역에 밀집된 고층 건물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동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바로 앞의 탄천과 건너편의 종합운동장, 3.5km 거리의 제2롯데월드타워(지상 123층)가 손에 잡힐 듯했다. 또 동남쪽으로는 대단지 거주지인 올림픽훼미리아파트와 헬리오시티가 눈에 띄었다. 이들 주거지 인근에는 수서역세권 개발사업과 위례신도시 사업이 아직 진행 중이다. GBC는 탄천만 건너면 송파구로 건너갈 수 있는 강남구의 동쪽 끝이면서 최근 동남쪽으로 확장되고 있는 서울의 길목이기도 한 셈이다.

바로 이런 자리에 GTX 노선이 교차하고 업무 지구와 MICE, 관광 등이 결합된 새로운 일자리 중심지가 조성되는 것은 기존 강남의 지형을 바꿔놓기에 충분하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삼성역은 강남역보다 입지 잠재력이 훨씬 뛰어난 곳”이라며 “수도권 광역급행철도와 도시철도, 버스 환승, 공항터미널 등이 결합되는 초연결공간이 펼쳐진다는 점에서 위력이 크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40∼50년 전 강남을 처음 디자인할 때는 간선 폭에 따라 층수를 결정하는 방식의 도시 설계를 했다고 설명했다. 도로 폭으로 건축 용량을 결정했기 때문에 테헤란로 같은 큰 도로 주변에는 고층 빌딩이 들어서고 그 뒤쪽으로 빌라 등 주거지가 들어서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기술과 모빌리티 혁명이 본격화될 향후 서울의 도심 개발은 빌딩의 집적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삼성역 인근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려면 덩어리가 큰 건물을 둬야 한다”면서 “기업과 인력에 다양한 서비스를 집중시켜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 앞으로의 시대 상황과 맞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서울이 ‘강남의 확장’을 필요로 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수도권의 전체적인 인구 구조 자체가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동남권의 판교 신도시가 주목받았다”며 “하남 등 동쪽으로 확대되고 있는 수도권 주거지와 동남권에서의 도로 접근성이 더 편하다는 점 등을 봤을 때 삼성역의 성장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런 변화는 50년 전 ‘농사짓던 땅’에서 대한민국 부(富)의 상징으로 변모한 강남의 지형이 또 한번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층 빌딩이 늘어선 테헤란로 끝에서 잠실, 송파로 연결되는 GBC는 결국 기존의 강남을 동쪽으로 확장시키면서 강남을 반세기 만에 거듭나게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도형 dodo@donga.com·홍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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