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또다시 감소했다. 어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3월 수출액은 471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 3월보다 8.2% 줄었다. 작년 12월부터 연속 4개월째 감소다. 다행히 2월(―11.4%)보다 감소 폭이 줄었고 무역수지는 86개월 연속 흑자였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이번 달도 전망이 밝지 않다.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와 중국 요인이 컸다. 반도체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재고 조정이 지속되고 가격이 하락하면서 작년 3월보다 16.6%나 줄었다. 대(對)중국 수출은 미중 무역전쟁과 중국 자체 경기 둔화로 작년보다 15.5% 줄었다. 반도체와 중국을 제외한 3월 수출은 작년보다 0.4% 늘어나 두 가지 요인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정부는 수출채권의 조기 현금화를 보증하는 등 수출 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중국에 치중된 수출시장과 반도체에 집중된 수출품목을 다변화하지 않은 채 단기적으로 돈만 풀어서는 한계가 뚜렷하다. 2008년 금융위기로 미국과 유럽의 경제가 추락했을 때 한국은 과거 최대 수출시장이었던 미국 대신 중국 경제의 부상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이제는 중국의 비중이 너무 커져서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대중 수출은 지난해 전체 수출의 26.8%나 차지했다. 홍콩을 포함하면 34.4%로, 이전 최고 기록인 2015년 31.8%보다 더 높아졌다. 수출이 일부 국가에 집중되면 수출이 잘될 경우 수익성이 높지만 반대로 위험성도 커진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미국의 철강 쿼터 등으로 곤란을 겪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7%대의 높은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인도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유럽, 중동 등으로 경제 영토를 넓혀야 한다. 정부는 새로운 시장에 대한 정보 제공과 공동 마케팅 전략 수립 등을 통해 기업들의 진출을 적극 돕기 바란다.
반도체는 지난해 전체 수출액의 21%나 차지했다. 5년간 지속된 ‘반도체 슈퍼 호황’으로 성장을 이끌었지만 작년 말부터 수요와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출 감소의 주요인이 되고 있다. 메모리는 물론 비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선도적 투자로 불황을 이겨내고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전기차, 바이오헬스, 로봇 등 유망 신산업을 키워 새로운 수출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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