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항소심 공소장 4차례나 바꾼 특검의 비논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8일 00시 00분


코멘트
박영수 특별검사는 어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433억 원 상당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1심에서와 같이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특검은 항소심에서 공소장을 4차례나 변경해 기소 논리의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했다.

특검은 항소심 막판에 1심에서 뇌물로 인정된 정유라 승마 지원금에 대해 단순뇌물죄 외에 제3자 뇌물죄를 예비로 추가했다. 정유라 승마 지원금에 대해서는 ‘승마 지원을 받은 측이 공무원이 아닌 최 씨인데 신분죄인 뇌물죄에서 뇌물이라면 제3자 뇌물이지 어째서 단순뇌물이냐’는 변호인 측 반박이 있었다. 재판부가 이 반박을 받아들여 특검에 공소장 변경을 검토할 의향이 없느냐고 물었고 특검이 결국 변경하게 된 것이다.

뇌물을 직접 받기도 하고 한 다리 건너 받기도 한다는 것은 논리적이지 못하다. 특검 스스로도 이런 비논리성에 대한 비판을 우려해 두 혐의의 택일적 적용을 거부했다. 그러나 막판에 주된 혐의의 유죄 입증에 자신이 없어 군색하게 수용했다. 1심이 뇌물로 인정하지 않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에 대해 특검은 제3자 뇌물죄 외 단순뇌물죄를 추가했다. 어떤 혐의건 삼성을 처벌한다면 출연금을 낸 다른 대기업은 왜 기소조차 안 하는 건지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어제 이 부회장은 안봉근 전 대통령비서관이 날짜를 기억하지 못한 채 증언한 2014년 9월 15일 1차 이전의 박 전 대통령 면담에 대해 “만난 적 없다”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최후 진술에서는 “제가 왜 뇌물을 주면서까지 승계를 위한 청탁을 하겠느냐. 인정할 수 없다”면서도 “모든 게 제 불찰”이라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포괄적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며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엄격한 증거가 필요한 형사재판에서 ‘이심전심(以心傳心) 청탁’이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내년 2월 5일 항소심 선고는 해외에서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만큼 재판부는 보다 더 설득력 있는 논거로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
#박영수#박근혜#최순실#이재용#이재용 항소심 결심공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