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김국진 강수지의 리얼 연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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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빅브러더(Big Brother)’와 ‘서바이벌(Survival)’이 성공을 거둔 이후 자리 잡았다. 오늘날 한국의 주말 프라임타임 TV 프로그램도 ‘무한도전’ ‘1박2일’ ‘런닝맨’ 등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대세다. 다만 한국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서구의 것과는 많이 다르다. 리얼리티를 표방하지만 따져보면 드라마보다 연출이 좀 덜한 상황에서의 리얼리티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출연자도 일반인이 아닌 연예인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중에는 연애 리얼리티라는 분야도 있다. 미국 TV의 ‘총각들(The Bachelors)’ 같은 짝짓기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도 ‘짝’이라는 프로그램이 한때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한 일반인 여성이 짝을 이루지 못한 상심으로 녹화 중 자살하면서 폐지됐다. 이후 진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시들해지고 젊은 연예인들이 가상결혼을 하는 ‘우리 결혼했어요’, 나이 든 독신 연예인들이 등장하는 ‘불타는 청춘’ 같은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다.

▷진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는 모르는 두 사람이 호감을 가져가는 과정에 관심을 갖는다. 연예인이 등장하는 사이비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는 연애하는 것도 아니고 연애 안 하는 것도 아닌 불분명한 상태에 흥미를 느낀다. ‘불타는 청춘’에서 개그맨 김국진과 가수 강수지는 실제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좋아하는 척하는 것 같기도 한 ‘썸타는’ 상황을 1년 넘게 끌어왔다. 그 두 사람이 어제 사귄다고 밝혔다.

▷진짜 커플은 ‘우리 결혼했어요’에선 불발에 그쳤는데 ‘불타는 청춘’에서는 나왔다. 일반인 남녀가 녹화 도중 호감을 느껴 사귀게 된 것 같은 리얼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나이가 들어 더 노골적으로 된 ‘청춘’들이 이것저것 잴 것이 많은 젊은 청춘보다 더 자기감정에 충실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연애가 리얼리티가 되면 시청자의 흥미는 사라지고 당사자는 퇴장해야 한다. 두 사람도 이 법칙을 피해 가기는 어려울 듯하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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