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얀마도 민주화…‘위에서부터 개혁’ 北은 불가능한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1일 00시 00분


53년간 계속된 미얀마 군부독재 종식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8일 치러진 총선 개표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노벨 평화상 수상자 아웅산 수지 여사(70)가 이끄는 야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거의 전 지역에서 압승할 것이 확실시된다. 1990년 NLD의 승리를 무효화했던 군부도 이번에는 미얀마의 민주화 열망을 꺾기 힘들 것이다. 현행 헌법상 대통령 출마가 불가능한 수지 여사도 압승을 확신하고 “(집권 후) 내가 실질적 대통령으로 모든 결정을 내리겠다”고 선언했다.

미얀마의 민주화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통한 미국의 압력과 미얀마 군부의 ‘위로부터의 변화’가 있어 가능했다. 국제적 고립과 중국에 대한 종속 구도가 심화되면서 집권세력은 2007년 군부에 의석의 25%를 할당하는 신헌법을 통해 2011년 첫 민선 대통령인 테인 세인 체제를 출범시켰다. 군 출신이면서도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세인 대통령은 수지 여사와의 비밀회담을 계기로 군 수뇌부의 생존을 보장하는 대신 정치 경제적 자유화의 출구를 택해 개혁 개방으로 나아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태풍 피해가 극심했던 2009년 미얀마를 방문해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한다”는 군부 실력자 탄 슈웨 장군에게 “박 대통령은 국제사회와 교류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 뒤 미얀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수용해 서방의 제재 해제의 길도 열었다. 15년에 걸친 가택연금에서 풀려난 수지 여사의 민주화 투쟁이 미얀마 국민을 결집시킨 것은 물론이다.

‘미얀마 모델’로 불리는 독재정권 내부로부터의 개혁은 체제 전복 없이 경제를 회복시키고 결과적으로 선거혁명을 성공시켰다. 미얀마의 민주화가 북한을 비롯한 독재국가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북핵을 머리에 인 우리에게는 희망을 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2년 11월 미얀마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에 “핵무기를 버리고 미얀마 모델을 따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한국도 2012년 5월 이명박 대통령이 아웅산 테러 이후 29년 만에 미얀마를 방문한 뒤 경제 협력을 강화해 민주화에 힘을 보탰다. 서남아와 동남아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한 미얀마는 최근들어 주요국들의 투자가 몰려들어 세계 최빈국에서 동남아 경제성장의 진원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군부가 정치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는 않겠지만 미얀마는 평화적인 방식으로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벗어나 경제회생과 국리민복을 추구하는 민주화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정부는 미얀마의 선거혁명을 계기 삼아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2400만 북한 주민에게 미얀마 소식을 알려 시대적 조류인 민주화에 눈을 뜨게 하는 것도 같은 민족인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민주화#미얀마#개혁#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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