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수로 구성한 선거구획정위도 진영논리 극복 못하나

동아일보 입력 2015-10-14 00:00수정 2015-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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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가 어제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할 법정기한인 10월 13일까지 그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획정위는 8월 13일까지 국회가 국회의원 정수와 지역구, 비례대표 수를 비롯한 선거구 획정 기준을 제시하지 않자 당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체적으로 선거구 획정 작업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법정 기한까지 획정안을 제출하겠다”고 큰소리 쳤다. 그랬던 획정위가 이제 와서 “한계가 있었다”고 변명하는 건 구차하다.

15대 총선부터 적용된 선거구획정위가 국회 소속이다 보니 선거가 임박해 선거구가 졸속으로 조정되는 관행이 어김없이 되풀이됐다. 이런 적폐를 시정하기 위해 여야가 정치개혁 차원에서 올해 5월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만든 것이 바로 ‘독립 획정위’다. 획정위를 선관위 소속으로 두고, 아예 법으로 ‘독립의 지위’를 부여했다. 명백히 기준을 위반한 경우가 아니면 획정위 안을 국회가 고칠 수 없게 못 박았다. 그러나 여야도, 획정위도 이런 개혁의 대의를 저버린 셈이다.

애당초 획정위에 기대를 건 것이 부질없는 일인지 모른다. 인적 구성부터 합의에 이르기 힘든 구조였기 때문이다. 위원장(중앙선관위 사무차장)을 제외한 8명의 위원을 여야가 각계에서 추천된 45명의 후보 중 각 4명씩 선정하도록 했다. 여야가 획정위에 형식상 독립성을 부여했을 뿐 실질적으로는 정파적 이해를 대변하도록 독소조항을 넣은 것이다. 위원 중에는 특정 정당의 후보로 선거에 출마하거나 공천심사위원으로 활동한 사람까지 있다. 획정안 의결 정족수를 3분의 2로 엄격하게 정한 것도 합의 도출을 어렵게 만든 요인이다.

획정위 위원 8명은 시민단체 대표 한 명을 빼면 모두 현직 교수다. 우리 사회의 최고 지성인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설사 여야의 선택에 의해 위원이 됐더라도 오로지 학자적 양심과 전문가적 식견에 따라 이성적으로 판단했어야 했다. 헌법재판소와 중앙선관위, 방송통신위원회 등에도 여야 추천 인사들이 들어간다. 지성인들마저 진영논리의 포로가 돼 정파의 이익에만 골몰하면 대립과 갈등이 극심한 우리 사회에서 노동개혁과 같은 난제들을 결코 합의로 풀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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