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백의 발상의 전환]<10>산업적 천사, 도시의 랜드마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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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영진 작가
일러스트레이션 김영진 작가
긴 여행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미술품이 나를 맞아준다면 귀향의 기쁨은 배가된다. 도시의 랜드마크가 가져다주는 문화적, 경제적 가치는 헤아릴 수 없이 크다. 다소 비용은 들더라도 그러한 발상의 전환으로 명성을 높이는 세계적 도시들이 있다.

영국의 북부 도시 게이츠헤드는 앤터니 곰리의 ‘북쪽의 천사(Angel of the North)’(1998년·그림)로 유명하다. 이 거대한 조각은 게이츠헤드로 진입하는 고속도로의 초입, 구릉 위에 설치돼 있다. 인체 형태에 기계적인 긴 날개를 달고 있는 천사 조각은 200t의 강철로 제작되었고 600t의 콘크리트가 이를 받치고 있다. 20m의 높이는 5층 건물에 이르고 천사의 날개 너비는 자그마치 54m나 된다. 영국 최대의 조각이다.

오랜 탄광지역으로 산업혁명의 기반이 된 이 도시는 북동부 영국의 자부심이다. 이 작품은 이러한 도시의 역사를 함축하며, 산업 발달의 밑거름이 된 광부들의 노동을 상징한다.

높은 위치에서 엄청난 바람을 견뎌야 하는 이 조각은 지지대가 땅 밑 21m 깊이까지 박혀 있다. 공학적 성과가 돋보이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고가도로 인근에 설치된 이 작품을 하루 평균 9만 명 정도가 목격한다.

그러나 곰리의 작품으로 확정, 설치되기까지 걸린 4년의 기간 동안 이에 대한 찬반 논의는 도시 전체를 시끄럽게 했다. ‘천사 같지 않은’ 이 천사상의 날개는 점보제트기처럼 보였고, 지나치게 큰 날개로 인해 날 수 없는 ‘지옥의 천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천사보다 인간에 가까운 북쪽의 천사. 과거 발전의 업보로 인해 새로운 비상(飛上)의 발목을 잡힌 듯, 날려는 의지가 결여돼 보인다.

그러나 오늘날 ‘북쪽의 천사’에 대해 비난하는 이는 거의 없다. 하나의 작품이 쇠락한 재래 산업도시를 성공적으로 재생시켰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품이 최종적으로 설치될 때까지 설득과 토론은 계속되었다.

공공미술 작품을 모두가 좋아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지역주민 누구나가 보고 지내야 하는 작품에 대해 다수가 관심을 갖고 논의하는 것 자체가 이미 공공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곰리의 작업이 성공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영백 홍익대 예술학과(미술사학) 교수
#랜드마크#북쪽의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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