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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국정운영 중심은 靑비서실 아닌 내각이어야 한다

입력 2015-02-02 00:00업데이트 2015-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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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청와대가 어제 긴급 ‘정책조정 강화회의’를 열고 부총리와 관계 장관, 대통령수석들이 참여하는 정책조정협의회를 신설키로 했다. 연말정산 파동과 건강보험료 개편 철회로 정책이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이 쏟아진 데 대한 후속조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우여 사회부총리는 “정부가 좀 더 꼼꼼하게 살피지 못해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렸다”고 사과했다. 정부 부처 간 칸막이 없애기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였다. 세월호 사고 대처 부실을 반성하면서 사회부총리까지 만들었는데 그동안 뭐 하다 이제야 호들갑을 떠는지 모르겠다.

정책조정협의회 신설로 정책 혼선을 줄이겠다는 의도는 좋다. 그러나 이미 총리 주재 국가정책조정회의, 경제부총리와 사회부총리가 주재하는 각각의 관계장관회의가 있고, 명칭부터 ‘국무조정실’에서 실장 주재 현안점검조정회의를 한다. 작년 말엔 총리-부총리 협의회까지 신설했다. 여기에 대통령수석들이 참여하는 협의회를 추가한다니, 대통령비서실이 내각 위에 군림하는 것을 공식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박 대통령이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을 임명하면서 “국정의 중추기관은 비서실”이라고 했지만 옳은 인식이라고 하기 어렵다. 비서실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곳이지 정부 부처를 조정 통제하는 곳이어서는 안 된다. 국정 운영의 중심은 내각이고, 대통령이 장관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정책을 조정해야 한다. 대통령 중심제인 미국에서 장관을 ‘세크리터리(secretary)’라고 하는 것은 그들을 대통령의 비서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내각제를 가미한 대통령제인 프랑스의 대통령비서실은 보좌관 시스템이어서 우리처럼 비대하지 않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도 총리비서실은 연락 의전 등 비서업무만 담당한다.

박 대통령이 비서실을 실질적인 내각처럼 운영한 것이 오히려 국정 혼란을 불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와대가 정책과 인사까지 모든 것을 독점하니 장관들이 자율성을 갖기 어렵고 정책 혼선까지 일어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면서도 건보료 논란에서 보듯, 청와대는 문제가 터지면 부처가 알아서 한 일이라고 무책임한 발뺌까지 해왔다. 정부와 청와대의 정책조정도 좋지만 비서실이 이를 명분으로 내각에 대한 간섭을 더 심하게 한다면 어떤 장관이 소신을 갖고 정책을 만들고 공직자들을 통솔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오늘 새누리당의 새 원내대표가 선출된다. 야당 및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정책의 신뢰성을 높이려면 정부와 여당 간의 정책 조율은 더욱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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