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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횡설수설/박성원]전두환과 노태우, 애증의 문병

입력 2014-08-13 03:00업데이트 2014-08-1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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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10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이던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찾아갔다. 평생의 라이벌이자 협력자이기도 했던 양김은 1987년 대선을 앞두고 완전히 갈라선 이래 감정의 골이 깊은 사이였다. YS는 병원 도착 직후 기자들에게 “(DJ는) 나와 가장 오랜 경쟁 관계이고 협력 관계다. 세계에서 유례없는 특수한 관계”라고 말했다.

▷병실로 올라간 YS는 수면 중인 DJ와는 대화를 못 나누고 부인 이희호 여사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15분 만에 병실을 나선 YS는 “두 분이 화해한 것으로 봐도 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제 그렇게 봐도 좋다. 이제 그럴 때가 됐다”고 했다. 22년 만의 화해 선언인 셈이다. 양김의 병상 화해는 민주화운동을 함께 해온 사람들뿐 아니라 YS를 지지한 국민과 DJ를 지지한 국민 사이의 거리감마저 메워주는 느낌이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10년 넘게 전립샘암 등으로 투병 중인 노태우 전 대통령을 서울 연희동 자택으로 이틀 연속 찾아가 문병했다는 소식이다. 육사 동기인 두 사람은 1979년 12·12쿠데타를 함께 일으켜 정권을 잡은 뒤 5공과 6공에서 차례로 대통령을 지낸 친구 사이였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취임 뒤 ‘5공 청산’ 차원에서 전 전 대통령이 2년 동안 백담사로 쫓겨 가면서 사이가 멀어졌다. YS정권 때인 1996년 내란죄로 나란히 구속 기소돼 수감생활을 한 이후에도 서먹한 사이로 지냈다.

▷전 전 대통령은 9일 병상에 누워 있는 노 전 대통령에게 “이 사람아, 나를 알아보시겠는가”라고 말했다. 부인 김옥숙 여사가 “알아보시면 눈을 깜박여 보시라”고 하자 노 전 대통령이 눈을 깜박였다고 한다. 재임 시 나름의 업적도 없지 않다는 이들의 황혼 화해가 양김의 그것 같은 울림을 주지 못하는 건 왜일까.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에 대한 발포 명령 논란을 비롯해 총칼로 헌정 질서를 파괴했던 지난날에 대한 참회의 말이 아직 없기 때문이 아닐까.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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